소박한 일상을 소재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린 화폭에 담았던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 화백의 고향인 강원 양구군 양구읍 정림1리를 '박수근마을리'로 바꾸는 주민투표가 이뤄진다. 최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작품이 박 화백의 고향에서 전시된 데 이어, 다시 한번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양구군은 다음 달 13일 마을회관과 정림아파트 주차장에서 주민투표를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투표권은 양구읍 정림1리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19세 이상 세대주 또는 세대원 390여 명이다. 투표는 세대당 1명만 가능하다. 정림1리 모든 세대 가운데 과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박수근마을리'로 이름이 바뀐다.
정림1리는 박 화백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이다. 2002년 10월 문을 연 박수근미술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박수근미술관에선 앞서 5월 이 회장의 유가족이 기증한 아기 업은 소녀(1962년 작품)와 한일(閑日·1950년) 등을 선보이는 특별전이 열렸다. 고향에 돌아온 명작을 만나기 위해 평소 10배가 넘는 미술 애호가들이 양구를 찾았다.
함만흥(61)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양구군에 '마을명칭변경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같이 유명 예술가를 활용한 각종 관광마케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내자는 취지다. 실제 정림1리엔 예술인촌이 조성돼 예술인들의 거주가 늘고 있다. 마을을 지나는 도로명도 '박수근로'로 지을 정도로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도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