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5·18 보상금 받아도 정신적 손해배상 요구 가능"

입력
2021.08.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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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불법 연행·구금된 A씨
보상금 받은 후 국가 상대 손배소 냈지만
1·2심 "이미 화해 성립" 패소
대법원 "헌재 결정 따라 손해배상 제한 말아야"

5·18 광주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라 국가의 불법 행위에 대한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고통에 따른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A씨 패소 취지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1980년 5월 '5·18 이전으로의 복귀' 등 신군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출판해 서울에 뿌리려 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후 정부는 1994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5·18 보상법)에 따라 A씨에게 9,980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법 16조2항에는 '보상금이 지급될 경우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취지의 규정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A씨는 2010년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3억3,000만원 상당의 국가 상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A씨가 1994년 정부로부터 지원금 보상을 받은 만큼, 5·18 보상법에 따라 더이상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최근 해당 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을 근거로 A씨가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지난 5월 정부의 지원금 보상에는 '정신적 고통'이 고려되지 않는다며 지원금 보상을 받으면 손배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5·18 보상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보상금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신적 손해와 무관한 보상금 등을 지급한 다음 배상 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위헌 취지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헌재 위헌 결정에 따라) 보상금을 받더라도 정신적 손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근거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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