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여성 할례 피해 입국한 외국인 난민 지위 인정"

입력
2021.08.24 10:41

여성 할례(Female genital mutilation)를 피해 입국한 외국인에게 난민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고법 행정1부(부장 최인규)는 시에라리온 국적 A(38))씨가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여성의 성기 일부를 절단, 봉합하는 할례는 박해에 해당하고, A씨가 송환될 경우 본인 의사에 반해 할례를 당할 위험과 공포가 있다"고 했다.

A씨는 본국에서 가톨릭계 학교를 다니다가 2009년 기독교로 개종했으나 무슬림인 어머니 등으로부터 여성 할례를 치르는 전통 종교단체 가입을 강요받았다. A씨는 이를 거부했다가 2019년 4월 이 종교단체 사람들에게 끌려가 수차례 폭행을 당했고 경찰에 신고도 했으나 보호받지 못했다. 이 종교단체의 자국 내 영향력이 큰 데다, A씨 어머니도 이 단체 지도자로 활동한 터였다. 살해 협박까지 받았던 A씨는 친구 집에 숨어 지내다가 2019년 9월 임신한 상태로 한국에 들어왔다. A씨는 입국 23일 만에 "본국으로 돌아가면 여성 할례 협박과 함께 계속해서 위협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법원에 난민 신청을 냈다.

그러나 1심 법원인 광주지법은 "A씨가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고 본국 사법기관에 보호 요청을 하거나 다른 지역에 이주해 정착할 수 있어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어머니의 단체 직위(지도자)를 승계하라고 요구받아왔고, 이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납치·폭행을 당했다"며 "A씨는 가족적·지역적·사회적 상황에서 할례를 당하게 될 위험에 처해 있었고, 이에 대해 비교적 일관되고 설득력 있게 진술하고 있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직위 승계를 거절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A씨의 진술도 유엔난민기구 사실조회 결과와도 일치한다"며 "시에라리온이 할례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가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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