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홍이 잦아들 줄 모르고 있다. 애초에 윤석열 후보의 입당 과정부터 매끄럽지 못하더니, 예비후보 토론회 개최 여부, ‘탄핵’과 ‘저거’ 발언을 둘러싼 설전, 그리고 이제는 정체불명의 비대위설에 이르기까지 당대표와 지지율 1위 후보 간에 불협화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둘 사이의 갈등의 원인과 전망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갈등의 배후에 존재하는 보다 근본적인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지자를 동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중도층과 무당파를 견인해야 함은 당연한 상식에 해당한다. 특히 대선과 같이 양 진영이 모든 것을 쏟아붓는 큰 선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준석과 윤석열은 바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상반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이준석의 전략은 개별 후보자의 지지율과는 별개로 정당이 중심이 되어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당이 주도하는 이벤트가 유권자의 관심을 끌고 이를 통해 상승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소속 후보의 지지율을 견인할 수만 있다면, 궁극적으로 누가 최종 후보로 선출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후보 선출 과정을 통해 국민의당이 유권자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국민의힘 자체의 지지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윤석열의 입장에서 다가오는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무기는 자신의 높은 지지율이다. 야권에 자신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높은 지지율이야말로 현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은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구심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무당파가 최대의 정파인 환경에서, 정당은 후보의 지지율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안에서 벌어질 후보 경선 과정은 애초에 개인으로서 누리고 있던 지지율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절차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준석과 윤석열 사이의 갈등은 오히려 현대 정당정치의 방향에 대한 질문과 연관된다. 정당의 대중적 기반이 약화되고 무당파가 증가하면서 주요 정당이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우기보다는 후보 및 선거전문가 중심으로 재편된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준석과 윤석열의 전략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러한 흐름에 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대응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당정치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두 전략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지 혹은 현실적인지에 대해서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대선 승리라는 단기적인 목적을 위해서 두 가지 전략 중 어느 것이 더 유리한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윤석열의 전략은 현재의 지지율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지금까지는 이미지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후보의 구체적인 정책과 공약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조건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준석의 전략은 경선 과정을 통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까지 인정할 수 있는 정당의 쇄신과 새로운 정책 대안 제시가 이루어진다는 조건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안타깝지만 두 가지 조건 모두 현재로서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