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민 받아들여야 하나' 놓고 고개 드는 '이슬람 포비아'

입력
2021.08.24 12:30
장혜영 "최소한이라도 수용 위한 논의해야"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뜨거운 감자' 됐지만
일부 무슬림 이주민·난민의 범죄 거론하며
"무슬림이라서 반대" 주장에 대다수 공감
"미국 등 도의적 책임 있는 나라가 수용해야"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국내 수용' 문제가 23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정치권에서 최근 '우리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면서다.

하지만 대다수는 아프간 난민 수용을 강력히 반대한다. '무슬림은 타문화에 녹아들지 못한다' '극단주의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억측이 더 큰 공감을 받기 때문이다. 일부 무슬림 이주민·난민의 강력 범죄 기사가 공유되는 것도 '이슬람 포비아'(공포·혐오증)를 키우고 있다.


아프간 난민 수용 논쟁은 지난 20일 장혜영 의원의 주장에서 비롯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최소한 임신부가 있는 가족, 아동과 그 가족 등 난민의 일부라도 받아들이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적 연대와 협력' 차원에서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 보자는 취지였다.


커뮤니티 성향 관계없이 "난민 수용 반대"

온라인 공간에서의 논의는 그러나 우리 안의 배타주의, 특히 무슬림에 대한 선입견을 재확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무슬림들은 사상이 다른 이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할 것이다" "여성을 가축으로 생각해 성범죄를 일으킬 것이다"라는 주장이 대다수 커뮤니티에서 나왔다. 다른 사안과 달리 커뮤니티의 성비(이른바 '남초' 또는 '여초'), 정치적 성향에 따른 의견 차는 거의 없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그 근거로 일부 무슬림 이주민·난민이 강력범죄를 저질렀다는 과거 기사들을 제시했다. 자동차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22일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청년이 샤를리 에브도 만평을 수업 자료로 이용한 교사를 참수한 사건을 공유하며 "이슬람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스포츠 커뮤니티와 한 여초 커뮤니티에서도 각각 독일과 일본에서 발생한 일부 무슬림의 성범죄 기사가 공유됐다.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이면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의도였다.


난민 수용 찬성하는 이들엔 'PC'라고 비꼬아

또한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을 구체적인 대책 없이 도덕성만 외치는 '피씨(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라고 비꼬았다. 공개적으로 난민 수용 논의를 언급했던 장 의원 등이 타깃이 됐다.

한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장 의원의 주장에 '자국민이나 챙기지 누굴 챙기나. 선민의식에 절어 있다'(4*.**), '본인 집에 받아라'(일*****), '남의 나라 여성 데려오려다 딸려 오는 그 나라 노답(답 없는) 남성들 때문에 한국 여성 인권 떨어지는 건 생각 안 하나'(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난민은 미국 등 아프간 사태에 도의적으로 책임져야 할 나라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대체로 '미국 국방부가 한국 등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간 난민 수용을 검토한다'는 보도에 크게 화가 난 상태에서 나온 반응이었다.

또 "우리나라는 휴전 중이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난민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난민을 수용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제사회 일원으로" "선진국으로서" 동의하는 일부도

소수였지만 난민 수용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는 않았다. 전자기기 구매 정보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대규모 난민을 받자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도 분담을 해야 한다"며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논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우리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고 그 과정에서 타국의 원조를 받은 전례도 있다"며 역지사지의 마음을 강조하는 이도 있었다.

윤주영 기자
홍승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