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논란인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에서 잘 논의해 달라" "입법권은 국회에 있어 청와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회를 존중해 의견을 애써 피하는 듯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청와대의 함구가 능사는 아니다. 게다가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최근 브리핑 내용을 보면 청와대는 적어도 개정 움직임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랫동안 "언론의 비판 감시에 재갈 물리려는 시도는 안 된다" "언론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강조해 놓고 언론자유를 제약할 가능성이 지적되는 법 개정을 두고 보는 처사를 납득하기 어렵다. 국내뿐 아니라 이미 해외 여러 언론단체가 우려를 표시했고 최근에는 국내의 외신기자클럽이 반대 성명까지 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자유지수 상승과 해외 주요 언론사가 아시아 지역 허브를 서울로 옮기는 추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일이다.
개정안을 두고는 야권만이 아니라 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의 비판 견제에서 사회적 손실이 나타날 우려"(박용진)에 이어 "독소조항이 많다"(김두관)는 비판까지 등장했다. 정세균 후보는 "가능하다면 여야 합의 처리"를 언급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화와 타협을 무시한 법안 처리로 "입법 독재" 논란을 자초하고 정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다만 개정안 반대 의견을 뜯어보면 이유가 제각각인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의 중과실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언론 억압에 악용될 우려는 비슷하다. 그러나 보수 야당·언론이 징벌적 배상액 명시나 피해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둘 수 있는 데 반발하는 반면 시민단체는 반대로 이 조항이 개인의 피해 구제에 불충분하다고 비판한다. 국회 상임위원장 교체 때문에 조바심 내는 입법을 멈추고 공청회 등을 통한 충분한 의견 수렴과 전문가 숙의를 거쳐 새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