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언론인 "언론중재법 부작용 커... 충분한 숙려기간 필요"

입력
2021.08.23 14:16
3면
자유언론실천재단 긴급 기자회견

1970년대부터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워온 원로언론인 모임 자유언론실천재단은 23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법안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고, 법의 실익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며 "특히 언론 관련법은 정치권 입맛대로 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강한 반대 여론에도 민주당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단독 처리를 예고하자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지난 22일 긴급 이사회를 갖고 이같이 입장을 정리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언론중재법이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정치적 편의를 위해 제대로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졸속으로 강행처리되는 데 반대한다"며 "좀 더 숙려기간을 갖고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입법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와 학계, 언론현업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국회 내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남은 짧은 일정 동안 이번 개정안이 가진 여러 문제점을 조정하는 건 불가능한 만큼 충분한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이 법안이 1987년 이후 어렵게 얻어진 언론 자유에 심각한 제약과 위축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이외에도 고의·중과실 추정에 대한 모호한 기준과 입증 책임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논란, 법의 실효성 등 법안 곳곳에서 발견되는 쟁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혼란을 자초한 언론계와 정치권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현재의 혼란스런 언론 상황을 만든 첫 번째 책임은 언론계 자체에 있다"며 "극단적인 상업주의와 진영 논리에 빠져 이러한 상황을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이득을 위해 악용해왔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화와 설득을 멀리 한 채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불과 얼마 전까지 협치와 상생을 하겠다던 약속을 뒤집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법안에 대해 '조국방지법', '언론재갈법' 등 낙인을 찍으면서 대안 제시는 없고 정략적 주장만 거듭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 언론 환경 개선을 위해 지금까지 어떤 고민과 노력을 했는지 깊이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