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학폭' 피해 학생 아버지의 울분 "경북양궁협회장이 덮고 가자고 해"

입력
2021.08.23 14:00
경북 예천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양궁부 '학폭'
피해자 父 "연습용 화살은 없어...훈련 장비로 시합"
"가해 학생,  입에 담지 못할 행동도...학교 측 몰라"

2020 도쿄올림픽에서 총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획득해 다시 한번 세계 최강임을 확인시켜준 종목 양궁에서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북 예천군의 한 중학교에서 양궁부 선배가 후배를 활로 쏴 상처를 입히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 학생 측은 "(김도영) 경북양궁협회장이 '양궁이 축제 분위기인데 그냥 덮고 넘어가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우리나라 양궁도 체육계의 만연한 폭력 앞에 그 위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북양궁협회에 아들의 상황을 전했는데, 그 협회 회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축제 분위기인데 분위기를 흐려서야 되겠냐', '그냥 덮고 넘어가는 게 제일 좋다'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 아버지에 따르면 1학년 피해 학생은 4일 학교에서 3학년 가해 학생을 포함해 4명과 함께 양궁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연습을 다 마친 피해 학생은 사선 뒤로 빠져 활을 정리했고, 옆을 쳐다 보니 가해 학생이 자신에게 활을 조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가해 학생의 화살은 3~4m 떨어진 피해 학생을 맞춰 옷을 뚫고 등에 상처를 냈다.


그는 "아들은 활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뛰어 가면 (활에) 맞을 거 같아서 옆으로 피했다고 하더라"면서 "가해 학생이 활을 이동 조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연습용 화살'이라는 보도에 대해 "학생들은 활, 화살 등 쓰던 장비 그대로 시합에 나가며, 연습용 화살은 없다"며 "상처는 척추에서 1cm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들은) 코치님한테 얘기도 못 하고 하루종일 그 몸으로 훈련을 다하고 돌아온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 선배가 무서우니까 누구한테도 말을 못한 것"이라며 "아이가 그날 오후 7시 30분께 귀가했는데, 아이 엄마가 옷에 구멍이 있는 걸 발견한 뒤 추궁하니까 그제서야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른들도 잡고 당기고 오랫동안 버티지 못하는 활을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천 번씩 쏜다"며 "만약에 이걸 풀스윙했다고 하면 저희 아들은 정말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가해 학생, 이전에도 '학폭' 있었지만..."

피해 학생 아버지는 이번 일이 일어난 직후 학교 측에 알렸다. 학교 측은 5일 경북도교육청에 해당 사안을 보고하고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열어 학교 폭력으로 결론을 내렸다. 도 교육청은 27일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의 처벌 수위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아버지는 가해 학생이 후배들을 괴롭힌 일이 처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들과) 같이 양궁을 했다"면서 "그때부터 아이들을 따돌리고 때리며 괴롭혀왔는데, 지금 더 진화해서 활까지 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해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학생들이 6, 7명 되며, 모두 다 양궁을 그만두고 이사도 갔다"면서 "가해 학생은 자기가 심심하면 주먹으로 때리는 건 다반사고, 뺨을 때린다거나 발로 차는 등 입에도 담지 못할 행동들을 했다(고 피해 학생들이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에도 담지 못할 행위라는 게 성행위 같은 걸 강요했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얼마나 충격받았으면 해당 피해 학생이 지금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겠나"라며 "어떻게 이런 친구가 양궁을 해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교의 코치진에 대해서도 "(피해를 당해서 양궁을 그만뒀던 학생까지 있었지만) 학교에는 보고가 안 돼 있더라"며 "코치에게 재발을 방지해 달라고 얘기하니까 자기는 못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그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 측에서도 더 신경 써야 할 것이고, 이런 코치진 밑에서 양궁을 배우는 꿈나무들이 있다는 게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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