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한 지 1주일 된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올해 남은 공연 가운데 '가장 관람하고 싶은 창작 뮤지컬'로 선정된 작품이다. 최근 인터파크가 관객 1,992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6.6%(729표)의 득표율로 기대작 1위로 꼽혔다. '엑스칼리버'는 대극장 뮤지컬 분야에서도 응답자 3명 중 1명(709표)의 선택을 받으며 대표 화제작으로 지목됐다. 창작극은 주로 소극장용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엑스칼리버'의 경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11월 7일까지 공연된다.
'엑스칼리버'는 대형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2019년 초연한 뮤지컬로, 올해가 두 번째 공연이다. 중세 판타지 영화를 옮긴 듯한 무대와 의상, 공연장을 나와서도 귀에 맴도는 매혹적인 음악, 거대한 팬덤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캐스팅이 인기 비결로 분석된다. 해외 유명 라이선스 작품에 견줘도 손색없는 '토종 뮤지컬'의 성장과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다.
'엑스칼리버'는 널리 알려진 6세기 영국의 신화 속 인물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 이야기를 다룬다. 엑스칼리버는 아더왕이 바위에서 뽑아 올린 칼의 이름으로, 난세의 영웅과 민족의 단결을 상징한다. 때문에 공연 명장면은 아더가 칼을 들어 올리는 대목일 수밖에 없다. 입체적으로 회전하는 바위산과 눈부신 섬광은 신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눈길을 끈다. 카멜롯의 사람들이 입은 하얀 망토와 방패는 색슨족의 야만적인 복장과 대비되며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중세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즐겨 봤던 관객이라면 취향에 딱 맞다.
중독성 짙은 음악도 탄탄한 작품성에 기여하고 있다. '엑스칼리버'의 곡들은 미국 출신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만들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대표곡 '지금 이 순간' 등을 쓴 거장으로, 처음 들어도 친숙한 선율미가 특징이다. 실제 '엑스칼리버'에서도 아더가 칼을 뽑는 장면을 비롯해 곳곳에서 주제곡이 흘러나온다. 관현악 기반의 서정적인 주제곡은 영웅심과 전쟁의 비극 등을 함축하는데, 짧지만 심금을 울리기엔 충분하다. 올해 공연에서는 초연 때보다 넘버가 5곡이나 늘어나 음악 규모가 커졌다.
주인공 아더 역할에는 초연 멤버인 김준수, 카이, 도겸(세븐틴)에 더해 올해 '비투비' 출신의 서은광이 추가로 캐스팅됐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팬덤은 일찍부터 '엑스칼리버'를 예매 순위 1위에 올리며 매진시켰다. 아더의 극중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어떤 배우의 공연을 관람하느냐에 따라 작품 색깔이 달라진다. 아더의 친구 랜슬럿 역의 이지훈이나 에녹 등도 가창력을 검증받은 배우들이다.
두 번째 시즌인 만큼 초연에서 불필요한 장면을 과감히 삭제하거나 수정함으로써 이야기 전개 속도를 높였다. 뮤지컬 장르치곤 이색적으로 아크로바틱이나 브레이크댄스를 안무에 접목한 점도 독특하다. 덕분에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