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코로나 나온다"는 김부겸의 조용한 취임 100일

입력
2021.08.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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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피해 장기화에 "괴롭다"
차차기 대선 출마엔 거리두기 
"밥값 하고 총리직 마치고 싶다"

김부겸 국무총리의 최근 행보는 ‘동분서주’로 요약된다. 거의 매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인파가 몰리는 휴가지를 찾아다니며 “방역 수칙을 지켜 달라. 휴가 복귀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달라”고 읍소한다.

김 총리는 지난 5월 취임하면서 “국민통합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대구·경북(TK·경북 상주) 태생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으로서 '통합형 총리'를 꿈꾼 것이다.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김 총리는 그러나 '코로나 총리'로 기억될 듯하다. 그는 "요즘 꿈에도 코로나가 나온다"고 했다.

21일 취임 100일 "이벤트 없이 조용히 보내자"

김 총리는 취임 기자간담회 같은 취임 100일 이벤트를 하지 않았다. 성과를 자화자찬 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김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정부는 단 한 명의 국민도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며 코로나19 총력 대응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김 총리의 요즘 일정은 회의의 연속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공개회의, 방역ㆍ보건 전문가 비공개 회의, 내부 참모진 회의를 매일 주재하며 코로나19 상황을 점검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김 총리가 자영업자 피해 장기화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이것저것 꼼꼼하게 대책을 주문해 경제ㆍ방역부처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인 출신답게, 회의가 없을 때는 전국의 현장을 찾아 답을 구한다. 김 총리는 지난달 5일 서울 종로의 어학원을 시작으로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7월 7일) △충남 대천해수욕장(7월20일) △포항 여객선터미널(7월21일) △대전 선별진료소(8월3일) 등 약 한 달 동안 10여곳을 방문했다. 책상물림으로는 현장 방역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에 정치 갈등할 일인가"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을 빠르게 정리하겠다는 게 김 총리의 원칙이다. 그는 지난달 ‘전국민 재난지원금 편성’을 두고 맞붙은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의 타협을 이끌어냈다.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데 당정 갈등이 가당키나 하냐”고 양측을 질책했다.

‘할 말은 하는’ 소신 행보도 눈에 띈다. 김 총리는 6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에는 ‘진영 구분 없는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밥값 하고 총리직 마치겠다"

김 총리는 SNS에 올린 글에서 “제가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가 될 것 같은데, 마무리를 멋지게 해서 밥값 하고 끝내고 싶다”며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여러분들에게 정말로 희망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레일을 깔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한 이낙연ㆍ정세균 전 총리는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김 전 총리는 2027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저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더구나 2027년까지는 6년이나 남았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