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체급을 석권한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43)가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앞두고 복귀한 링에서 패배했다. 그는 사실상 자신의 은퇴 경기에서 2년 공백에도 노장으로 믿기지 않는 공격적인 복싱을 선보이며 당당한 퇴장을 알렸다.
파퀴아오는 22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요르데니스 우가스(35ㆍ쿠바)와 세계복싱협회(WBA) 슈퍼웰터급 타이틀전에서 0-3으로 심판 전원 일치 판정패했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한 파퀴아오는 이번 패배로 통산 전적 62승(39KO) 2무 8패가 됐다.
이번 대전은 현역 최고 복서 파퀴아오가 현 챔피언인 우가스에게 도전한 경기였다. 그는 만 41세인 2019년에 미국의 키스 서먼을 꺾으며 역대 WBA 웰터급 최고령 챔피언에 등극했지만 이후 정치활동에 집중하며 경기를 치르지 않아 챔피언 자격을 잃었다.
파퀴아오는 2년여 만에 오른 링에서 과거처럼 탐색전 없이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며 12라운드 동안 우가스(405번)보다 2배 많은 815번이나 펀치를 날렸다.
그러나 스피드와 순발력이 줄어든 탓에 정타수에서 130-151로 밀렸다. 반면 지난해 9월 아벨 라모스를 꺾고 챔피언에 오른 우가스는 1차 방어전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쳐 통산 27승 4패를 기록했다.
파퀴아오는 아직 녹슬지 않은 기량을 확인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와 정치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전을 승리로 이끈 뒤 내년 필리핀 대선에 출마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파퀴아오는 2009년 정치계에 입문해 2차례 하원의원을 지낸 뒤 2016년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집권 여당 PDP라반 대표까지 지냈다.
파키아오는 경기 뒤 “우가스의 스타일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일단 휴식을 취한 뒤 계속 싸울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