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난민 수용지로 한국 등 미군기지 검토

입력
2021.08.22 11:43
WSJ "해외 미군기지에 아프간 난민 수용 고려"
난민 대피 작전 위해 민항기 동원도 검토 중
바이든, 내일 새벽 아프간 관련 대국민 연설

미국이 한국 등 전 세계의 미군기지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아프간에서 대피하지 못한 난민들을 구출하기 위해 미국은 민간 항공기를 동원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카타르와 바레인, 독일에 있는 기지가 아프간에서 대피한 사람들로 과밀 상태가 되면서 한국과 일본, 코소보, 이탈리아 등에 있는 미군기지에도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방부 고위 관리들은 난민 수용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경계심이 커지면서 미국이 자국과 국외에 있는 자국 시설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버지니아주 포트 리,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 위스콘신주 포트 맥코이에 기지 등에 아프간 난민 수용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저지주 기지에서는 의료용품, 음식, 물, 화장실, 조명 등을 갖춘 수용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워싱턴 외곽의 덜레스 국제공항이 아프간에서 대피한 난민 관련 절차를 처리하는 중심부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 정부는 아프간 난민 대피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민항기를 운영하는 항공사에도 협조 요청을 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2차 대전 후 베를린 공수작전을 계기로 1952년 창설된 민간예비항공대(CRAF)를 가동해 최대 5개 항공사에서 항공기 약 20대를 아프간 대피 작전에 투입할 계획이다. 민항기는 아프간 카불 상공으로 직접 진입하지 않고 카타르, 바레인, 독일의 미군 기지에 임시 수용된 아프간인을 수송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항공사들에 초기 공지를 띄웠으며, 백악관 등이 최종 승인을 검토 중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 현재까지 미국인 2,500명을 포함해 1만7,000명을 카불에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이 5만~6만5,000명이라면서 미국인은 물론, 이들 모두를 탈출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수송기를 보내 하루 5,000~9,000명을 이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이달 31일까지 작전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오후 4시(한국시간 23일 오전 5시) 아프간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