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발 긴축 여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일 4개월여 만에 3,100선이 붕괴된 코스피는 반등은커녕 3,000선까지 위협받게 됐고,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된 탓에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80원까지 치솟았다.
반도체주 부진에 조기 긴축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증시가 장기간 침체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20%(37.32포인트) 떨어진 3,060.51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과 함께 3,111.1을 기록해 하루 만에 3,100선을 회복하는 듯했지만, 곧이어 하락세로 전환해 장중 3,049.03까지 밀리며 3,000선까지 위협받았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공식화 이후 코스피가 반납한 하락폭은 이틀 만에 약 100포인트에 이른다.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순매도 폭격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우선주 포함) 주식 2,54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피 외국인 전체 순매도 규모(2,6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이날 8거래일 연속 하락해 7만2,700원까지 떨어졌다. 연초 ‘10만 전자’를 바라보던 주가가 이제는 7만 원선도 위협받게 된 셈이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1,180원선을 돌파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3.4원 상승한 1,179.6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만에 1,180.97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로 인해 환율이 상승하고, 환율 상승이 외국인의 매도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화는 다른 신흥국 통화에 비해 가치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8월 중순 기준 연초 대비 8.7% 절하됐다. 다른 신흥국인 △중국 위안화(-0.38%) △브라질 헤알화(-0.45%) △인도 루피화(-1.81%) 등과 비교하면 가장 큰 폭이다. 게다가 무역수지 흑자폭이 점차 감소하면서 향후 환율이 더 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입물가지수가 급격히 상승하는 과정인 만큼 교역조건의 악화로 인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