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장관 "아프간 상황 한국에 빗대는 건 동의 못해"

입력
2021.08.20 17:00
"40년 군 생활서 이번처럼 고민 많은 건 처음"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한국 상황에 대입해 단순 비교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축소에 따른 한미동맹 균열, 주한미군 철수, 군 전투의지 부족을 미군이 철수해 대혼란이 발생한 아프간에 빗대자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서 장관은 이날 최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를 갖추기 위해 철저한 대비태세와 강화된 훈련,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프간 사태는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군이 떠나면서 지휘체계가 무너진 것 아니냐’는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다”면서도 “한미 전작권 전환 구조와 형태가 아프간에서 시행했던 것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한미훈련 축소를 제안했다는 의혹에는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안전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을 뿐, 훈련 연기나 축소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16일부터 시작된 훈련을 26일까지 9일간(휴일 제외) 진행한다.

공군과 해군에서 연이어 터진 성추행 사망사건과 부실급식 문제, 청해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등 여러 악재로 취임 이후 일곱 차례나 사과를 한 데 대해 “40년 가까이 군 생활을 하고 장관직을 수행하며 군사문제를 늘 고민했지만 (군사적 문제 외에) 이렇게 많은 고민을 했던 적도 없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병영혁신기구 민관군 합동위원회에서 17일 해군 성추행 사건 긴급회의 직후 위원 3명이 사의를 표한 것과 관련, “수사로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전까지 말을 아낀 것이 오해를 부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성추행 피해를 신고하고 12일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A중사가 2차 가해를 입은 사실도 확인됐다. 국방부는 이날 국방위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해군 모 부대 소속 상사가 피해자를 성추행한 후 피해자를 무시(투명인간 취급)하는 행위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당사자인 가해자가 거리낌없이 피해자를 계속 괴롭힌 정황을 군 당국이 공식 인정한 것이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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