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완료한 손님 얼마나 된다고" 영업시간 단축에 뿔난 자영업자들

입력
2021.08.20 20:00
수도권 음식점·카페 등 오후 9시까지 영업
저녁 장사 음식점 비상 "손님 더 감소할 것"
"백신 2차 접종자 적어… 인센티브 실효성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4단계가 적용된 수도권 지역 식당 등에선 영업제한 시간이 1시간 앞당겨지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23일부터 내달 5일까지 거리두기 단계는 유지되지만 4단계가 적용된 수도권 지역의 음식점·카페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1시간 단축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피해가 누적된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저녁 장사 위주로 영업하며 버텨왔던 업주들은 영업시간마저 단축되자 "가게 문을 닫으란 거냐"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호프집 직원 김모(52)씨는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이후 저녁 손님이 10분의 1로 줄었는데, 다음 주부터는 더 줄어들게 생겼다"며 "술집은 밤늦게까지 영업하는데 시간을 제한하다 보니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중구의 한 일본식 주점은 이날 점심시간에 테이블 10개도 차지 않았다. 점심 손님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저녁시간이 더 큰 문제다. 사장 안모(48)씨는 "저녁 장사 위주로 해왔는데, 영업시간 제한으로 손님들 발길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업종을 바꿔야 할지 고민"이라며 "저녁에는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영업시간을 단축하지만 백신 접종 인센티브를 일부 부활시켜 오후 6시 이후로도 식당·카페에선 접종 완료자가 포함될 경우 최대 4명까지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자영업자들은 그러나 백신 2차 접종 완료자가 많지 않아 실효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당이나 술집 등을 많이 이용하는 20~40대의 1차 백신 접종이 이제 시작 단계이고, 이달 1차 접종을 받은 50대도 정부 방침에 따라 2차 접종 기간이 늘어나 접종 완료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종로구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영애(57)씨는 "고객 연령대가 주로 30~50대인데, 이 연령대에서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라며 "2차 접종 기간을 늘려놓고 접종 완료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백신 접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자영업자들에겐 부담이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장모(59)씨는 "접종 여부를 꼼꼼이 확인하다 보면, 우리도 힘들지만 손님들도 불만이 크지 않겠냐"라며 "확인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손님만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정부 조치에 반발해 차량 시위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거리두기 4단계 유지와 영업시간 단축은 자영업자를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대정부 투쟁 차원에서 전국 단위 차량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