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냐 동맹이냐'... 성 김 미국 대북대표 방한에 쏠리는 눈

입력
2021.08.20 20:00
21일 북핵협상 총괄 美 당국자 방한
대북·한미 동맹 달라진 메시지 관심
'아프간 사태'  북미대화 변수 될 수도

이번엔 다를까. 미국 북핵협상 실무를 총괄하는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한국을 찾는다. 6월에 이은 두 번째 방한이다. 그 사이 국제 정세는 달라졌다. 한반도에서는 북한이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에 반발하며 도발을 시사했고, 미국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동맹 손절’ 우려를 키웠다. 미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김 대표가 가져올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 대표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 간 한국에 머무른다. 김 대표의 방한은 16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훈련 기간과도 겹친다. 북한이 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상황에서 그가 전과는 다른 전향적 신호를 발신해야 북미ㆍ남북 대화의 교착 국면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은 북한에 “대화를 위한 인센티브는 없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김 대표도 6월 방한 당시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 담화를 통해 미국이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대북 제재 해제와 한미훈련 중단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약속하지 않는 한 대화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엔 한동안 잠잠했던 주한미군 철수 문제까지 꺼내 들며 한미를 압박하고 있다.

한미는 일단 북한을 대화 무대로 끌어 낼 방안을 논의 중이다. 23일 김 대표와 비핵화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9일 한 토론회에서 “김 대사 등과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법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대북 관여 노력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을 유인할 인센티브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말을 흐렸다. 백악관이 대북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기존 입장이 유지될 것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제사회를 달구고 있는 아프간 사태도 대화 재개에 ‘악재’다. 미군 철수가 사태를 악화시켜 동맹국들의 불신을 자초한 만큼 미국이 적대세력에 더욱 단호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한반도 문제도 당분간 위기 관리에 방점을 찍고, 혹시 모를 북한의 도발에는 ‘강 대 강’으로 맞설 것이란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아프간 사태의 원인 제공자로 낙인찍힌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외교 리더십 훼손을 불사하고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낼 확률은 낮다”며 “오히려 ‘주한미군 철수는 없다’는 식의 확고한 방위 공약을 강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미국이 기약 없는 아프간 사태 수습에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어 도발을 해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게 자명하다. 미국에 역공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북한의 대응은 김 대표 방문에 맞춰 방한하는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아시아·태평양 차관과의 한미ㆍ한러 협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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