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하고도 '투명인간' 취급"... 해군 부사관에 '2차 가해' 사실로

입력
2021.08.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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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가해자 2차 가해 의혹 확인
피해 정식 신고까지 3개월간 지속

최근 해군에서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사관에 대한 가해자의 ‘2차 가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해군 모 부대 소속 A 상사가 피해자 B 중사를 성추행한 후 “피해자를 무시(투명인간 취급)하는 행위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당사자인 가해자가 거리낌없이 피해자를 계속 괴롭혀 온 정황을 군 당국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해군은 그간 해당 사건이 수사 중이라는 점을 들어 2차 가해 의혹에 말을 아껴 왔다.

보고 자료를 보면, A 상사는 5월 27일 민간식당에서 피해자와 식사를 하던 중 “손금을 봐 준다”며 손을 주무르고, 부대로 돌아올 때에는 팔로 목 부위를 감싸는 등 방법으로 성추행했다. B 중사는 부대 복귀 뒤 메신저를 통해 주임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주임상사는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의 외부 노출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주임상사는 대신 A 상사를 따로 불러 ‘행동을 조심하라’고만 당부했다. 그러나 보고 사실을 알게 된 가해자는 B 중사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무시하는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투명인간 취급 등 2차 가해는 성추행 발생 이후 피해자가 감시대장(대위)과 기지장(중령) 등 면담을 통해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린 이달 6일까지 3개월여나 지속됐다. 두 사람에 대한 물리적 분리조치는 피해자 요청에 따라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 9일에서야 비로소 이뤄졌다. 사건 발생 74일 만이다.

해군 군사경찰은 현재 A 상사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하고, 주임상사와 기지장 등 2명을 신고자 비밀보장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