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다 "더는 못 버티겠다"며 9월 2일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정재수 정책실장이 전한 의료 현장의 모습이다.
정 실장은 19일 TBS라디오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에서 "(신규 확진자가) 연일 네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4차 대유행의 최고조에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께 부담이 되는 말씀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고 안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4차 대유행의 폭염 속에서 두 번째 이제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데, 여전히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통풍은커녕 체온도 관리할 수 없는 방호복을 전신에 두르고 습기가 가득 차서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고글도 쓰고 종일 축축하게 젖어 있는 마스크 안에서 눈만 겨우 드러낸 채 퉁퉁 불어 있는 손가락을 어찌 하지도 못한 채 안간힘을 다해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면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호자 출입 통제로 간호 업무 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음압기 사용으로 냉난방이 자유롭지 않은 공간에서 일반 환자의 경우는 방호복 입은 상태로 배식만 하면 되지만 노인 환자나 중증 환자에게는 1시간 동안 식사를 보조하고, 체위 변경이나 기저귀 가는 문제, 시트 바꾸기, 화장실 갈 때 부축 등 모든 신체 수발 관련 업무도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또 "평상시 청소 노동자들이 했던 청소도 지금은 감염 때문에 의료인이 직접 하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주문하는 택배를 통제하다 폭언, 폭행에 대한 대응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신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심적 정신적 고통도 매우 심각하다. 정 실장은 "매년 노조가 보건의료 노동자 4만5,000명 정도를 실태조사하고 있는데, 올해 특별히 코로나 관련 조사들을 같이 했다"며 "응답자의 90%가 코로나19 이후에 감염성 질환을 걱정했고, 60% 정도가 코로나 이후의 사고성 질환과 정신질환에 대한 우려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번아웃'이 대단히 심각해 사직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다 할 해법이 없고,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거라고 하는 보장도 없는 조건에서 정부의 지원과 도움 없이 이 상황을 타개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조합원 5만6,000명 정도인 노조는 코로나19와 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9차례 정부와 교섭했다. 노조는 ①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80%의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병원 확충, ②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③예측 가능한 규칙적 교대 근무를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 등 8개 핵심과제 해결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 실장은 "처우 개선이나 1인당 환자 수 제한 등으로 노동 강도를 낮추면 현재 수급 문제나 이런 것들은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는 공감한다면서도 재정 당국과 협의해야 된다든가 혹은 법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이런 문제에 대단히 유보적이고, 명쾌한 답을 주고 있지 않다"며 "코로나19 의료 인력의 기준을 마련하라는 의제조차도 1년 6개월 동안 해결되지 않는 조건에서 말뿐인 공공의료 강화, 말뿐인 보건의료 인력 지원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이) '덕분에 캠페인'을 통해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어려움과 힘든 상황을 위로 응원해 주신 것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1년 6개월째 정부와 병원 측과 교섭했음에도 공공의료 강화 부문 인력 지원 등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해 파업을 통해서라도 이 상황을 끝내야 하는 고충을 좀 이해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