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 허위 조작·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결국 통과시켰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한국기자협회·신문협회 등 언론단체와 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당은 기어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태세다.
여당은 법 개정 과정에서 여러 곳을 땜질 식으로 손질해 졸속 입법임을 스스로 드러냈지만 전날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일사천리의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친여 위성 정당인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의 안건조정위원으로 배정하는 꼼수를 부려 최장 90일까지 협의토록 한 안건조정위 심의 취지도 어겼다. 징벌적 손배, 고의·중과실 추정 등 여러 독소 조항으로 인한 ‘언론 재갈 물리기’ 논란이 가시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의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든 이 법이 통과되면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이 급속하게 위축될 우려가 크다. 거액의 손배 청구 남발로 인한 위축 효과에다 언론사가 고의·중과실이 아니라는 입증 책임을 지게 돼 취재원 보호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익명의 제보를 통한 내부 폭로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권력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법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당과 문재인 정부는 ‘권위주의 정권’이란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17일 “한국은 새로운 ‘가짜뉴스’법을 철회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고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스콧 그리펜 IPI 부국장은 “권위주의 정부들이 비판을 억제하기 위해 가짜뉴스법을 채택하는 상황에서 한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가 이런 부정적 추세를 따르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세계신문협회도 개정안이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조장되어온 규제라고 지적하며 개정안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