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이 표본을 확대한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값이 1억 원 이상 급등해 표본 설계 논란이 확산하자 '주간 아파트 통계 폐지론'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를 시시각각 알 수 있는 시대에 정부가 매주 '속보성' 변동률을 공개해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이 같은 비판을 '기우'라고 일축한다. 입체적인 판단을 위해 다양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9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택가격동향조사 공표의 시발점은 1986년 1월 주택은행(KB국민은행 전신)의 월간 통계다. 주택 정책 설립과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정기 공표를 시작했다. 이후 2008년 주간 단위 지수가 신설됐고, 2013년부터는 한국감정원(옛 한국부동산원)이 국민은행으로부터 조사 업무를 넘겨받았다. 현재 한국부동산원은 매주 목요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포함해 월별·분기별 통계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부동산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단위 조사 발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속보성 통계는 정보 전달이 주는 시장 안정 효과보다 시장을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통계 분석이 서울 등 규제지역 위주로 이뤄지면서 되레 '서울 집중'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실거래가와 호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은데 굳이 정부가 매주 '올랐다'는 메시지를 주면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하고 추격매수에 나서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일주일'은 시장 분석에 적합한 조사 주기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아침에 사고 저녁에 파는 주식도 아니고 거래에 최소 2, 3개월은 걸리는 부동산 시장에 일주일 단위의 가격 변화가 어떤 의미가 있겠나"라며 "정부 정책도 일련의 흐름을 보고 설계하는 것이라 주간 통계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주간 통계는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가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주요 국가들 중 주간 단위의 공식 주택가격지수를 내놓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의 S&P 케이스-쉴러 지수 공표 주기는 월(도시)·분기(전국)이고, 영국과 일본도 월별로 공개한다. 모두 실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계해 시차는 존재해도 주택시장 동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반면 주간 공식 통계가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이 같은 논리를 반박한다. 주간 통계가 시장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수요자는 주간 통계뿐 아니라 주변의 의견과 중개사 정보 등을 총체적으로 판단하기 마련"이라면서 "주간 통계가 불안심리를 자극해 주택 가격을 올린다는 해석은 선후관계의 역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정부의 통계가 보다 세분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정부의 정보는 숨길수록 문제"라면서 "표본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지역별로 세분화된 통계를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주간 통계 공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미 언론이나 학계가 주간 통계를 여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내놓던 통계 발표를 중단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입체적인 시장 판단을 돕기 위해서는 비용의 제한만 없다면 더 다양한 통계를 생산하는 것이 시장 수요에 부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