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억압으로 비난받아온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함에 따라 '자유의 상징'이던 아프간 여자 축구 선수들이 추후 보복이 두려워 숨어 살아야 하는 처지에 처하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측은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 아프간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인 칼리다 포팔은 "탈레반의 통치 속에 살아남기 위해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신분증을 없애고 축구 장비 또한 태워 버리라"고 호소했다.
아프간 여성축구협회 공동 창립자로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포팔은 "탈레반은 과거 여성을 살해하고 강간하고 돌팔매질했다"며 "여자 축구 선수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팔은 그동안 아프간 젊은 여성들에게 강하고 대담하라며 격려해왔지만,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앞으로는 숨을 죽이며 조용히 숨어 살라"고 정반대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아프간 여자 축구 선수들에게 전화해서 안전을 위해 자신의 신분과 사진, 이름을 없애라고 말하고 있다"며 "심지어 그들의 국가대표팀 유니폼까지 불태워 없애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포팔은 아프간 여자 축구 선수들에게 이런 호소를 하는 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 "가슴에 대표팀 마크를 달고 경기에 출전해 국가를 대표한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포팔이 가슴 아파하는 이유는 탈레반이 집권했던 시절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여권 신장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포팔은 2007년 첫 대표팀을 만들 때부터 핵심 역할을 하고, 주장을 맡았다. 하지만 이 나라의 여자 축구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르면서 목숨을 위협받아 2011년 조국을 떠난 뒤 2016년에야 덴마크에 정착했다. 여전히 망명 신청 중이다.
그는 무릎 부상으로 은퇴하기 전인 2016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덴마크의 스포츠 브랜드 험멜이 히잡 착용 여부와 상관없이 머리와 팔다리를 가릴 수 일체형 유니폼을 내놨을 때 유니폼 모델로 나섰고, 2017년 FIFA의 연례 콘퍼런스 '평등과 포용'에 연사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축구는커녕 생사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는 "현재 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우러 갈 사람이 전혀 없다"며 "언제 자신의 집에 누군가 문을 두드릴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나라가 붕괴하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아프간 남녀들이 추구했던 자부심과 행복이 덧없게 된 거 같다"고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FIFA 대변인은 "아프간의 현 상황에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에게 우려와 공감을 표한다"며 "아프간축구연맹 및 관련자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관련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