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6일 만에 삼성그룹 불법합병·회계부정 사건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경영 행보를 두고 불거진 ‘취업제한 규정 위반’ 논란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 박사랑 권성수)는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12차 공판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재판 시작 20분 전인 오전 9시 40분쯤 짙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차량을 타고 법원에 도착했다.
올해 1월 국정농단 뇌물 공여 사건으로 법정구속됐던 이 부회장은 그간 법무부 호송 차량을 이용해 비공개로 재판에 출석했으나, 석방 후 첫 재판인 이날은 공개 출석했다. 법원 주변엔 이 부회장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가석방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함께 몰렸다.
이 부회장은 '최근 경영 행보가 취업제한 위반이란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법무부에 취업승인을 신청할 것이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재판부는 이날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이 합병을 준비하던 2014~2015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근무한 삼성증권 팀장 최모씨의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미전실 근무 당시 최씨가 맡은 합병 관련 업무와 2019년 검찰 수사에 대비한 상황에 대해 물었다.
검찰은 2019년 3월 삼성증권 압수수색 당시 최씨 수첩에 ‘특수2부’ ‘한동훈’ ‘끝까지 부인’ 등이 적혀 있었다고 강조하며 “변호사나 그룹 관계자에게서 어떤 내용이든 부인하라는 조언을 받은 것을 메모한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당시 불법 합병 의혹을 수사했고, 당시 수사를 지휘한 책임자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였던 한동훈 검사장이다. 최씨는 이에 대해 “내부에서 그런 전달을 받은 기억이 없다”며 부인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 제한 위반 논란과 관련해 경영활동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이재용 부회장은 몇 년째 무보수이고 비상임 미등기 임원이라 이사회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면서 “취업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으냐”고 말했다.
박 장관은 “특정경제사범의 취업 제한 규정 해석과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례가 있는데, 그 당시엔 미등기 임원이었다는 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가 비위 면직 공무원에 대한 유권판단을 한 적이 있는데 무보수라는 점에 상당한 방점을 찍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