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정용진, 이번엔 "협정을 철석같이 믿는 바보들 있다"

입력
2021.08.1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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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사태 빗댄 '돌려까기'인가
논란 커지자 일부 표현 수정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로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정치 현안이다. SNS를 자주 사용하는 정 부회장이지만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은 이례적이다.

정 부회장은 19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신문 1면 사진을 올리며 '협정은 역사적으로 지켜진 사례가 거의 없다. 협정을 철석같이 믿는 바보들이 아직 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가 공유한 기사는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과 관련된 것이다.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이 약속한 ‘미군 철수’ 조항이 아프간을 탈레반에 내주는 결과를 불러 평화협정이 사문화됐다는 내용이다.

정 부회장의 글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과의 평화협정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간접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대표적이다. 정 부회장이 공유한 기사는 아프간 사태가 한반도의 평화협정 논란에도 시사점이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 부회장은 2시간 만에 일부 표현을 수정했다. 현재는 '휴지가 안 된 평화협정은 없었다. 협정은 역사적으로 지켜진 사례가 거의 없다. 협정을 믿지 말자(수정요구로 글 수정했음)'로 바뀐 상태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우럭 요리 사진과 함께 '잘 가라 우럭아. 니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적었다. 해당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방명록에 쓴 표현을 연상시켰다. 이 글을 놓고 ‘아이들이 사고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는데, 뭐가 고맙다는 거냐’는 비판 여론이 일자 정 부회장은 “오해가 될 만한 발언은 삼가겠다”고 했다. 이후 정 부회장은 해당 문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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