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인터뷰] 김재경 "'악마판사' 지성, 내 정신적 지주이자 롤모델"

입력
2021.08.23 09:49

그룹 레인보우 출신 배우 김재경이 성공적인 연기적 변신을 선보였다. 크고 작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김재경은 하나씩 계단을 밟으며 꾸준히 위로 올라가는 중이다.

19일 김재경은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 tvN 주말드라마 '악마판사'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악마판사'는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를 통해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드라마다. 극 중 김재경은 강요한(지성) 시범재판부 배석판사인 오진주 역으로 또 한 번 연기 변신을 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인보우 멤버들의 응원 덕분에 더운 날씨에도 힘나

먼저 종영소감으로 김재경은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나 다행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멋진 배우와 스태프들을 만났다. 앞으로 나는 어떤 배우가 돼야겠다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된 작품"이라면서 "레인보우 멤버들이 방송 시작부터 기다렸다가 제가 나오면 사진을 찍어 단체 대화방에 보내주는 걸 보고 힘이 났다. 또 굉장히 더운 날, 진주의 심경 변화로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멤버들이 커피차를 보내줘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잔혹한 현실을 그린 '악마판사'를 겪은 후 그는 실제로 벌어나는 사회적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국내외로 일어나는 일을 유심히 보며 '악마판사'에 더욱 몰입하게 된 지점이다. 김재경은 이 사회에 '요한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며 현실적인 대목을 고민하게 됐다.

혼란만이 가득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려내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김재경은 대본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이었다. 마침 '멋진 신세계'를 재밌게 읽은 후에 우연히 '악마판사' 대본을 만났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받아들인 후라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에 빨려 들어가 읽었다. 특히 판사님이 글을 썼다니 더 허구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특히 국민참여재판이 가장 흥미로웠다. 재판을 생방송으로 중계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물으면 어떨까. 방송 이후 실제로 그런 앱이 만들어졌다더라. 시청자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지점"이라고 전했다.

실제 김재경이었다면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을 것

김재경이 연기한 오진주는 일명 카메라가 사랑하는 판사다. 화려한 비주얼과 수려한 입담 덕분에 미디어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다. 특히 일련의 사건들로 대법원에 입성한 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기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등 야심가적인 면모까지 갖춘 색다른 캐릭터의 탄생을 알려 드라마에 긴장감을 더했다.

판사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김재경은 실제 판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배경지식을 쌓았다. 본인의 일을 사랑하는 진주 캐릭터를 과하지 않게 그려내며 이야기에 녹아들었다. 사회적 책임 재단의 검은 유혹에 현혹되는 듯한 모습부터 국민의 안전을 위해 몸 사리지 않는 과감함까지 입체적인 면모까지 모두 표현해야 했다.

그렇다면 진주와 김재경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 이를 두고 김재경은 "진주와 달리 나는 포기가 빠르다. 어렸을 때부터 단체 생활을 많이 한 덕분이다. 경험을 통해 나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게 못난 일이라는 걸 빨리 깨달았다. 또 극중 진주는 소외됐을 때 자신의 능력이 모자란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실제 김재경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대했을 것 같다"고 차이점을 짚었다.

사실 '악마판사'는 김재경에게 많은 고민이 수반된 작업이었다. 김재경은 작품에 임하면서 바닥을 치더라도 끝까지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고민을 상담할 좋은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현장을 두고 김재경은 "든든했다"면서 애정을 과시했다. 지성과 김민정 등 대선배와 함께 하는 현장은 학교처럼 배움의 연속이었다.

"매 순간이 너무 소중했던 현장이었어요. 지성 선배님은 제가 볼 수 없는 시야까지 보며 조언해 주셨어요. 믿고 의지하고 그를 바라보며 촬영했습니다. 극중 진주에게 요한은 정신적 지주이자 롤모델이죠. 지성 선배님과 함께 장면을 쌓아가다 보니 진짜 진주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부드러운 카리스마, 배우, 스태프 누구 하나 빠트리지 않는 세심함이 있어요. 선배님은 주인공이라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는데 모든 사람을 챙겨요. 너무 감동스러웠어요. 김재경이라는 배우가 성장하게 된다면 지성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롤모델이자 가장 크게 얻은 배움이죠."

또 함께 시범재판부에서 활약한 진영과 사회적 책임 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민정 역시 김재경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먼저 진영에 대해 "우리 둘 다 비슷한 삶을 거쳤다. 데뷔하고 연기를 한 것도 비슷한 시점이었다. 제가 할 법한 고민을 진영도 갖고 있더라. 비슷한 시각에서 서로에게 조언해 힘이 났다.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는 진영이다. 진영이는 심심하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선아(김민정)가 진주를 흔들어 놓았던 명장면을 두고 "김민정이 베테랑이다보니 케미가 잘 나오는 방법을 안다. 리허설에서 다양하게 해보고 서로 잘 맞는 부분을 찾았다. 너무 좋았다. 그 장면이 잘 살길 바랐는데 잘 나온 것 같다. 저도 언젠가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 글을 읽었을 때 상상했던 선아와 전혀 다르다. 김민정은 현장에서 항상 '뻔하지 않게 하고 싶다'고 한다. 제가 보기엔 너무 신기했다"고 전했다.

김재경은 이번 작품을 두고 '챌린지'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챌린지를 깨는 게 너무 재밌다. ('악마판사'는) 모두 함께 오케스트라로 하나의 곡을 연주하는 작업이었다. 재미가 있다면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재미 하나로 열심히 했다. 내가 할머니가 돼도 배우를 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상상을 한다. 지난 10년, 재밌게 살았으니 이런 멋진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 멋있게 살면 또 다른 멋진 작품을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더 재밌게 살고 싶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009년 레인보우로 데뷔한 이후 2016년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를 시작으로 '배드파파' '초면에 사랑합니다'를 비롯해 최근에는 영화 '간이역'의 주연을 맡으며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한 김재경이다.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존재감과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비결에 "저만의 연기 노트가 있다.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대본을 공부한 노트를 계속 돌아본다. '그때 내 시야는 어땠을까' 하면서 눈을 확장시키려 한다. 그때 나의 고민, 또 지금의 연기 표현 등을 돌아본다"고 답했다.

이어 "데뷔하고 가장 달라진 점은 삶의 태도다. 그전까지는 미래지향적으로 살았다. 목표를 정해놓고 나를 타이트하게 다그치며 살았다. 하지만 활동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하면서 목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내 주변을 돌아보면서 현재에 충실한다. 지금까지도 그 가치관으로 살고 있다. 일기를 읽어보면 늘 가치관이 변하더라. 현재에 충실하지만 훗날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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