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은 불가피" 아프간 사태 정면돌파 택한 바이든의 3대 골칫거리

입력
2021.08.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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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카불 철수작전 지연: 하루 2000명 선 그쳐
② 탈레반 제어 수단 부족: 테러조직 키울라 걱정
③ 국제사회 신망 회복 G7, 유엔 다자무대 활용


“이제 와 돌이켜 봐도 혼란 없이 그렇게 일(철군)을 처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 결정을 옹호하며 내놓은 발언이다. 탈레반의 전격전과 아프간 정부의 예상 밖 조기 항복으로 카불 공항 철수 과정에서 대혼란이 빚어졌지만 이 정도 상황은 불가피했다는 항변이다.

그는 또 “만약 내가 ‘우리는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면 우리는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준비를 해야 했다”며 미국 국익을 위해 8월 31일 철군 시한 준수가 불가피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 안팎에서 아프간 상황을 둘러싼 비판이 쏟아지지만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카불 철수 속도는 여전히 느리고, 탈레반을 제어할 방안은 마땅치 않고, 국제사회에서 미국 외교의 공신력은 떨어지는 등 그가 맞닥뜨린 장벽도 만만치 않다.

① 탈레반 돌변에 카불 철수작전 지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그들(탈레반)은 협조하고 있다. 미국 시민을 내보내고 요원과 대사관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 관계자도 이날 “미군은 지난밤 이후 10대의 C-17 수송기를 이용해 1,800명을 철수시켰고, 14일 이후로 따지면 거의 6,000명을 소개시켰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불 장악 초기와 달리 탈레반이 18일 들어 카불 공항 접근을 차단하기 시작하면서 철수 상황은 악화일로다. 아프간을 빠져나가는 유일한 통로인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미국과 서방 국가 시민, 외교관은 물론 아프간 주민도 몰려들었지만 검문검색은 심해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하루 최대 9,000명까지 철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 수송은 계획의 5분의 1에 그치고 있다. 미군은 31일 철수작전 시한을 넘기더라도 남아 있는 미국인을 모두 빼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에 협력했던 아프간 주민 8만여 명까지 모두 철수시킬 수 있을지는 장담을 못 하고 있다.

②자금줄 막았지만 무기 빼앗긴 건 한숨

탈레반을 어떻게 제어해야 할지도 관건이다. 미국은 자국 내 아프간중앙은행 자금 70억 달러(약 8조 원)를 동결하는 등 탈레반의 외환 창구를 옥죄고 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아프간 몫인 4억5,500만 달러(약 5,300억 원) 규모의 특별인출권(SDR) 배정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경제 압박을 가속화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탈레반이) 아프간 사람들의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을 숨겨주거나 지지하면 제재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아프간 주민들의 생활난을 감안하면 제재 장기화는 어렵다. 아프간 정부군과 미군이 두고 간 핵심 무기와 장비를 탈레반이 챙겼다는 점이야말로 미국 입장에선 뼈아프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조직 분파가 아프간에서 힘을 키울 가능성을 미국이 우려해야 하는 대목이다.

③ '미국 우선주의' 외교 불신 해소 시급

미국 외교·안보정책 불신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미 CNN방송은 “일부 동맹국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우려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 여운에 아프간전쟁의 굴욕적인 종식이 부채질을 가했다”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떠난 공백을 메우겠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 움직임도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껄끄러운 외교 현안이다.

특히 인권외교를 외교정책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미군 철군으로 아프간 여성과 주민들의 인권 악화 상황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넘어야 할 장벽 중 하나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과 함께 주요 7개국(G7) 화상정상회의를 개최하고 9월 이후 유엔 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 아프간 문제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다시 끌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