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까지 장악하자 황급히 현금을 챙겨 국외로 도피했던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도피 소식이 알려진 후 아프간 안팎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나라를 버리고 갔다는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UAE 외무부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가니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을 맞았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입국 시기와 방법 등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가니 전 대통령은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시작된 15일 자신의 부인, 참모진과 함께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당시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탈레반은 카불을 공격해 나를 타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가니의 탈출 당시 모습이 보도되면서 그를 향한 비판은 거세졌다.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관계자가 스푸트니크 통신에서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는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며 "돈을 (탈출용) 헬기에 실으려 했는데 모두 들어가지 않아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패한 아프간 정부의 실정이 탈레반을 키웠다는 비난이 큰 가운데 대통령이 막대한 현금을 챙겨 달아났다는 점이 국민들의 화를 키운 것이다.
문화인류학자 출신인 가니는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뒤 아프간 재무부 장관을 거쳐 2014년 대통령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