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조기폐쇄 논란에 휘말린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배임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해서는 안 된다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청와대와 공모해 무리하게 원전 폐쇄 조치를 내림으로써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수사팀 주장은 이로써 설 자리를 잃었다. 탈원전 정부 정책을 겨냥한 정치 수사라는 논란 속에 추가 기소까지 밀어붙였던 수사팀으로서는 원전 수사의 정당성마저 의심받을 처지가 됐다.
수사심의위는 백 전 장관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할지 몰라도 배임교사 혐의를 적용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앞서 검찰도 월성 원전의 경제성을 부당하게 평가하는 데 관여한 백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면서 배임교사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팀은 백 전 장관의 가동중단 지시를 받고 경제성 조작에 나선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한 만큼 백 전 장관에게도 교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수사팀의 만장일치 건의를 받고도 배임교사는 불가능하다면서 수사심의위에 회부한 김오수 검찰총장의 판단이 신중했던 셈이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여 백 전 장관을 불기소하게 된다면 정부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서 자유롭게 된다. 수사팀이 1,481억 원 정도로 추산한 손해배상의 책임은 일단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사장 정도로 국한될 수밖에 없다. 원전 폐쇄로 인한 한수원 손해에도 불구하고 이득의 주체가 없다는 백 전 장관의 주장을 감안하면 배임 혐의가 성립하는지 여부조차 재판정에서 다툴 일이다.
수사심의위 결정에 따라 수사팀은 무리한 수사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올 초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당한 데 이어 또다시 정부 정책 수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직권남용과 배임죄를 좁게 해석하는 법원의 판단 추세에 비춰보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은 재판정에서 판가름 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