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경기도가 12세 이하 아동과 그 아동의 보호자로 제한됐던 코로나19 자가치료 대상을 최근 성인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18일 현재 자가치료를 받는 인원이 약 350명으로 늘었다. 전날 제주도도 자가치료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자가치료란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의 경우 집에서 자체적으로 격리하며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2,000명 선에 육박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쏟아짐에 따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자가치료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아예 공식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자가치료 규모가 커지면 엄격한 격리가 어려워지고, 위급 상황에 놓일 경우 대응이 어렵다. 철저한 준비 없이 자가치료를 확대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가치료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경기도다. 18일 경기도에 따르면 전날 기준 도내 280명이 자가치료 중이다. 최근 경기도의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500명대인 걸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다. 280명 중 소아나 소아 보호자가 아닌 성인은 78명이다.
신형진 경기도 홈케어운영태스크포스(TF) 팀장은 “중앙 방역당국과 협의하면서 자가치료 대상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고위험군이 아닌 49세 이하 성인 중 1인가구를 원칙으로 하되, 공동으로 생활해도 화장실이 분리돼 있는 등 격리가 가능한 사람들까지 융통성 있게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경기도에서 자가치료를 받은 사람은 누적 1,200여 명에 이른다.
서울에서는 현재 68명이 자가치료 중인데, 그 가운데 35명이 성인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시도 환자관리반 판단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 성인 대상으로도 자가치료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누적 자가치료자는 총 472명이다.
자가치료(재택치료)는 증상이 없거나 약해 꼭 입원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코로나19 환자를 집에 머물게 하면서 보건소나 시·도청의 전담 의료진 또는 연계 의료기관이 매일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대상자가 격리 장소를 이탈하지 않아야 하고, 체온과 산소포화도를 스스로 측정해야 한다. 필수 물품이나 화장실 등을 주기적으로 소독해야 한다. 방역물품과 식료품, 폐기물 처리용기 등은 지자체에서 지원받는다. 곽진 중앙방역대책본부 환자관리지침팀장은 “성인 대상 유의사항과 현장 건의사항 등을 반영해 자가치료 매뉴얼을 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기준 강원도의 중환자 병상은 단 4개 남았다. 제주는 생활치료센터 병상이 7개밖에 안 남았고, 준중환자 병상은 다 찼다. 4차 대유행이 이대로 이어지면 병상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고, 예방접종으로 치명률도 떨어졌으니 확진자 폭증에 대비해 자가치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자가치료 확대를 여전히 조심스러워한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대상자의 일탈 때문이다. 하루 두 번 방역당국의 확인 전화를 피해 몰래 외출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길이 없다.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중에도 실제 일탈 행동이 있었고, 그 바람에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자가치료 중 무단 외출은 곧 지역사회 감염 전파로 이어질 수 있다.
위험 증상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가령 폐렴으로 인한 저산소증은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저산소증에 빠져도 처음엔 졸리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좀 흐리게 보이는 정도라 위급 상황인지 모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산소가 크게 부족해질 땐 정작 도움 요청조차 못 할 거란 우려다.
인력 역시 문제다.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자가치료자 280명을 간호사 20명이 관리하고 있고, 누적 자가치료자 1,200여 명 중 10%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상자가 늘수록 관리와 이송 업무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최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치료가 자리 잡으려면 집과 생활치료센터, 그리고 병원 간 환자 이송 체계가 원활하게 연결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확진자 1,800명대가 계속되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