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여성 인권 존중'을 선언한 당일, 한 여성이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레반 대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과거 탈레반 정권이 착용을 의무화했던 부르카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의복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간 북부 타카르주의 주도(州都)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를 입지 않고 거리에 나왔다는 이유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사건 현장을 촬영한 사진에는 숨진 여성 주변에 그녀의 부모와 이웃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피해자 주변 바닥은 피가 흥건하게 흘러 내렸다.
이날은 역설적이게도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온건한 통치 방침을 밝힌 날이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슬람의 틀 안에서 여성들이 일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년 전 공포 정치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과거 탈레반 집권 당시 여성들은 학교에 갈 수 없었고 사회 활동도 못했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남성 가족이나 친척과 동행해야 했다.
하지만 아프간 전역에서는 탈레반 지도부의 발표와는 완전히 다른 사건들이 계속전해지고 있다. 탈레반 점령지 곳곳에서 대원들과 강제 결혼시킬 12~45세 여성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명단을 작성한다는 소식이다. 카불 서쪽 지역에서는 음식을 사러 혼자 밖에 나온 고령의 여성을 무장 탈레반 대원이 무자비하게 귀가시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앞서 지난달 아프간 독립인권위원회는 탈레반 통치 지역에서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 의료기관을 찾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