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해도 된다" 해놓고… 러시아 해군, 한국 어선에 총 쐈다

입력
2021.08.18 17:45
러시아 해군, 조업 중이던 어선에 실탄 6발 경고사격
러시아 감독관은 "문제없다" 했지만 해군 훈련 진행 중
해수부, 외교부와 상의해 항의 계획

러시아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조업 중이던 국내 어선 한 척이 러시아 해군 함정으로부터 경고사격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0분경 러시아 해군 함정이 블라디보스토크 남방 약 75해리 지점에서 조업 중이던 근해 채낚기 어선인 800어령호에 소총으로 실탄 6발을 쐈다. 피격 당시 어선에는 선장 등 8명이 타고 있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러시아 함정은 ‘훈련구역 침범’을 이유로 실탄을 발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에 따르면 해당 수역은 한러 어업협정에 따라 6~11월 한국 어선의 조업이 가능한 곳인데, 러시아 해군이 설정한 훈련 수역과도 일부 겹친다. 훈련이 연중 진행되는 것이 아니어서 조업을 해 왔는데, 이번에는 러시아 측에서 사전에 훈련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함정은 이날 오전 3시 30분경 조업을 하던 어선 주위를 맴돌며 사이렌을 울렸다. 이에 어선은 러시아 국경수비대 소속 감독관에게 조업이 가능한지를 문의했고, 감독관은 “조업해도 문제없다”고 답변했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후 3시간여 지난 6시 30분경 러시아 함정이 어선 우현 200m 거리에서 실탄 6발을 사격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경고성 사격으로, 선체를 향해 직접 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훈련 중인 러시아 해군과 국경수비대 소속 감독관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훈련이 있을 경우 감독관을 통해 알리는 등 한국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소통은 원활했다는 점에서다.

해수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업기간 내 훈련 상황이 있으면 미리 통보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외교부와 상의해 러시아 측에 엄중하게 항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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