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정부가 진짜 대화 나서면 구치소 간다"

입력
2021.08.18 16:20
"10월 총파업 철회도 재고해 볼 것"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선다면 구치소에 가는 것은 물론, 10월 총파업도 재고해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양 위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사옥에 있는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부된 구속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미 소환 조사에서 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는데도 무조건 구속 수사를 하겠다는 상황이 부당하다"며 "평생 도망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정부가 해결 의지를 보인다면 신변 문제를 판단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월로 예정된 총파업을 두고도 "정부와 논의 과정에서 유의미한 내용이 있다면 총파업 전날이라도 파업을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태도 변화가 어느 수준이어야 받아들일 만하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는 "당장 민주노총의 모든 요구안을 들어달라는 건 아니다"라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감과 신뢰가 쌓여서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양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구속 집행 여부에만 관심이 쏠린 현실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집회를 강행한 것은 산재 사망이나 최저임금 상승 필요성 등 절박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워낙 절박해서 7.3 노동자 대회를 진행했음에도 정부는 민주노총을 방역 방해 집단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수많은 노동자의 기대가 컸지만, 현실은 재벌존중사회였고 이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석방을 통해 드러났다"고도 말했다.


한편, 이날 양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연다는 얘기에 경찰은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이에 민주노총 법률원 관계자와 경찰이 건물 입구에서 10여 분간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오늘 경찰이 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장 구인을 위해 온 경찰과 만나거나 협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 사무실 등 시내 곳곳에 머물려 23일로 예정된 대의원대회 등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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