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은 산과 바다가 두루 좋은 곳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름난 해변이나 사람들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는 여전히 꺼려진다. 여름 여행지 삼척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계곡과 해변을 소개한다. 휴가철이 끝 무렵이니 더욱 한산한 곳이다.
삼척까지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나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고속버스로 이동한다. 삼척은 서울보다 2배 가까이 면적이 넓다. 시내 권역이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고, 택시를 타기도 부담스럽다. 삼척터미널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첫 목적지 소한계곡으로 향한다. 노곡면 중마읍리의 삼태산에서 발원한 냇물이 8㎞가량 북쪽으로 흐르다가, 땅 속에 스며들어 석회암 동굴인 초당굴과 소한굴의 암층을 뚫고 용출한 계곡이다.
약 700m의 탐방로를 걷는다. 곳곳에 야생화정원, 전망대, 민물김포토존, 출렁다리, 생태체험장과 쉼터가 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맑은 계곡물 소리에 마음까지 청량해진다. 쉬어갈 겸 계곡물에 발을 살짝 담갔는데 정신이 번쩍 들만큼 차갑다. 석회암 동굴을 통과한 계곡물은 한여름에도 13도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초당 1.5m로 유속도 빠른 편이다. 이만하면 웬만한 더위는 힘을 쓰지 못한다.
소한계곡의 또 다른 명물은 민물김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소한계곡 1km 구간에서만 자라는 희귀종이다. 귀할 뿐만 아니라 맛까지 뛰어나 조선시대부터 임금님 진상품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미역국 대신 민물김국을 산후조리 음식으로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1980년대에는 15만 장, 2000년대에는 3만 장 가량 채취했는데, 이후 개체 수가 감소하며 소멸 위기에 처하자 2012년부터 일대를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민물김을 되살리고 주민 소득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민물김연구센터도 건립했다. 지금은 계곡에서 민물김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민물김연구센터는 개방하지 않지만, 야외에서 김 작업을 하는 모습은 볼 수 있다.
삼척활기치유의숲은 미로면 깊은 산중에 위치한다. 수려한 경관에 피톤치드와 음이온 등 숲에서 내뿜는 기운에 이름처럼 활기를 되찾는 곳이다. 햇빛과 소리 등 자연의 감성까지 더해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치유센터에서 인진쑥과 아로마오일을 넣은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족욕테라피(7,000원), 원적외선으로 피로를 없애는 온열테라피(7,000원), 차의 색·향·미를 만끽하는 힐링다도(1만2,000원)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갱년기 여성, 청소년, 성인 등을 위한 맞춤형 산림치유프로그램(5,000~1만 원)도 운영한다.
그래도 하이라이트는 15개 치유숲길이다. 1,000여 그루가 자라는 금강소나무숲과 계곡을 벗 삼아 걸으면 초록 샤워를 하듯 상쾌해진다. 치유의숲 아래에는 삼척활기자연휴양림이 있다. 폭포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 속에 한옥 숙소가 자리 잡았다. 치유의숲 입장료는 입장료 2,000원, 자연휴양림 숙박료는 비수기 주중 기준 6만원부터다.
근덕면 부남리는 해변이 코앞인데 산골 같은 분위기다. 주민도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 부남미술관이 있다. 흉가로 방치되던 수녀원의 변신이 놀랍다. 시인이자 환경운동가 하태성, 록페라(록+오페라) 성악가 서민정 부부가 풍부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건립한 미술관 겸 카페다.
내부에는 서씨의 아버지 고 서박이 서양화가의 작품을 비롯해 부부가 이탈리아, 과테말라 등을 여행하며 수집한 미술품과 각종 소품을 전시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고, 예약제로 레스토랑도 운영한다. 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식재료에 부부의 솜씨를 더한 음식을 내놓는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음악 공연이 열린다. 음악·미술·먹거리·숙박까지 해결하는 시골마을의 복합문화공간이다.
근처 부남해변은 아직까지 군사시설로 묶여 있어 여름에만 한정 개방한다. 올해는 이달 23일까지 방문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잊을 만큼 아름다운 갯바위와 자그마한 해변이 어우러진 곳이다.
바다 먹거리를 빼고 삼척 여행을 말할 수 없다. 삼척항활어회센터는 호객행위 없이 정찰가격제로 운영된다. 가게 주인과 소비자가 믿고 거래하는 해산물 백화점이다. 해산물을 고르면 즉석에서 손질해 주는데, 능숙한 손놀림이 파닥거리는 물고기처럼 활기차다. 장거리 이동에도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회를 포장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