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몰락하는 사회지도층과 유명인들이 있다. 대부분 돈과 권력, 성(性)에 집착하는 노욕(老慾) 때문이다. 권력과 재력 또는 유명세로 자리를 지키려 하고, 부정 축재를 하며 거리낌없이 성범죄를 저지른다. 이로 인해 본인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집안은 망신이다. 또 교도소에 가거나 심지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지금도 주변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뉴욕주지사 쿠오모가 성추행 의혹으로 사임했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정치 명문인 케네디가의 사위였으며 대선급 주자 반열이었다.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미투(Me Too Campaign)'도 미국에서 시작됐다.
명리학에 탐재괴인(貪財壞印)이란 용어가 있다. 재(財)를 탐하면 인(印)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사주(四柱)에서 ‘재’는 재성(財星)으로 여성에게는 단순히 재물(財物)이지만 남성에게는 재물과 더불어 부인 등 이성(異性)을 포함한다. ‘인’은 인성(印星)으로 학문, 종교, 철학, 도덕, 존경, 봉사, 정신력, 결재권, 지위, 법적 정당성 등을 의미한다. 결국 탐재괴인은 돈과 여색으로 명예와 지위가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명리학에서는 현실적으로 재물과 도덕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본다. 사주의 팔자(八字)에서 주체인 일간(日干, 생일의 위 글자)의 오행이 목(木)일 경우, 재는 일간인 내가 조종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개념인 토(土, 木剋土)이다. 반면 인은 일간인 나를 무조건 도와주는 수(水, 水生木)다.
오행(五行, 木·火·土·金·水)의 생극(生剋) 법칙으로 흙(土)은 물(水)을 막고 가두고 제어하는 역할(土剋水)을 한다. 이처럼 물질(土)과 정신(水)은 서로 상극(相克)의 관계로 반대편에 있다.
최고의 지위에서 봉사하고, 존경받으며 베푸는 때는 대개 노년의 시기다. 젊은 시절 열심히 돈을 벌며 연애와 결혼도 하고(財), 사회 활동을 왕성히 하며 감투도 쓴다(官). 이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로 자리(印)에 이른다. 명리학에서 財·官·印의 순서가 순리(順理)다.
그런데 인(印)의 시기인 노년에 다시 돈과 자리, 여색 등에 집착하는 것은 삶을 역행(逆行)하는 것이다. 맹자는 “하늘의 순리를 따르는 자는 흥하지만, 역행하는 자는 망한다(順天者興 逆天者亡)”고 했다. 탐욕은 시대와 사회 구분 없이 사람의 본성인 듯하다. 불교에서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근본적인 세 가지의 번뇌인 삼독(三毒)은 탐‧진‧치(貪·瞋·癡)로 욕심과 노여움, 어리석음이다.
노자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고, 탐욕을 부리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이 없다”고 말했다. (‘도덕경’)
공자 또한 군자삼계(君子三戒)로 젊을 때의 지나친 색욕(色慾), 중년의 다툼, 노년의 탐욕을 꼽았다.
노익장(老益壯)과 노욕은 다르다. 노욕은 노추(老醜)로 노망(老妄)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늙기는 쉬워도 아름답게 늙기는 어렵다”는 것은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의 말이다. 노년이 좋으려면 노욕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