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주둔 미군 3만 명”…전쟁 불사 中 엄포에 사라진 트윗

입력
2021.08.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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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의원 "대만 주둔 미군 3만 명" 주장
①中 “해방전쟁으로 美 궤멸, 대만 탈환” 
②한때 최대 3만 명…미군 대만 주둔 논란
③정보위 소속 20년 베테랑 의원 속셈은


미국 상원의원이 트윗을 올렸다. 그러자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중국을 향한 선전포고”라며 한껏 격앙됐다. 다음날 해당 글은 사라졌다. 단순 착오인지, 중국을 겨냥한 의도된 실수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①이상한 미군 규모에 中 “해방전쟁으로 美 궤멸, 대만 탈환” 성토



존 코닌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17일 오전 ‘오늘의 미군 주둔 현황’이라며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 2만8,000명, 독일 3만5,486명, 일본 5만 명, 대만 3만 명, 아프리카 7,000명이라고 적었다. 아프가니스탄은 ‘2개월 전’이라면서 2,500명으로 적시했다. 미국은 현재 대만에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는데도 주한미군보다 2,000명이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중국은 민족주의 성향 매체 환구시보를 앞세워 불과 5시간 만에 반응을 보였다. “미 상원의원이 대만에 관한 놀라운 소식을 공개했다”면서 “어떻게 대만에 미군이 주둔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다만 “노쇠한 미 정치인이 잘못 알았을 수도 있다”며 “대만에 사람을 보내 조사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갸우뚱했다.

신중하던 중국은 이내 “미국이 마지노선을 넘었다”면서 성토하고 나섰다. 이날 저녁 같은 매체를 통해 “3만 명 미군의 대만 주둔이 사실이라면 즉각 대만 해방전쟁에 나서야 한다”며 “미군을 궤멸시키고 대만을 무력으로 탈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는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라면서 “군대를 철수하고 미 정부와 대만 당국이 공식 사과하지 않으면 전면전을 벌여 미군을 소탕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②한때 최대 3만 명…미군 대만 주둔 논란


한때 대만 주둔 미군이 3만 명에 달한 적이 있었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듬해인 1954년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5,000명의 병력을 보냈다. 58년 중국이 대만 진먼다오를 공격하는 포격전을 벌이자 병력은 2만 명으로 늘었다. 이후 베트남전을 거치며 3만 명까지 불었다. 하지만 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규모가 점차 줄었고, 79년 중국과의 수교에 맞춰 미국은 대만에서 군대를 모두 철수시켰다.

다만 여진은 남아있다. 미 국무부는 2018년 대만 주재 대사관 격인 재대만협회(AIT)를 신축하면서 국방부에 “해병대를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해외공관 경비를 미군이 맡는 통례를 따른 것이다.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최종 거부하면서 성사 직전 단계에서 무산되긴 했지만 미국은 올해 6월 C-17 대형전략수송기, 7월 C-146A 특수작전기를 대만에 보내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③美 정보위원회 소속 20년 베테랑 의원 속셈은


따라서 코닌 의원이 올린 해외주둔 미군 숫자 가운데 대만의 수치는 틀린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18일 “3만 명이면 사단(약 1만2,000명) 3개 규모와 맞먹는다”면서 “그 많은 병력이 아무도 모르게 대만에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만 현지 외교소식통은 “대만과 단교 이전 미군이 최대 규모로 주둔할 때의 수치와 헷갈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헷갈렸는지는 의문이다. 코닌 의원은 2002년부터 20년간 의정생활을 한 베테랑이다. 더구나 현재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대만의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이에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 이후 중국이 대만에 눈독을 들이자 경고 메시지로 틀린 숫자를 올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은 미국이 동맹을 버리고 무책임하게 떠난 아프간을 탈레반이 장악하자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아프간 다음은 대만”이라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코닌 의원은 18일 아무런 부연설명 없이 해당 트윗을 지웠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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