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압도적인 퍼포먼스, 그리고 탁월한 주행거리의 매력…포르쉐 타이칸 터보 S

입력
2021.08.18 11:30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쉐는 새로운 시대에 빠르게 발을 맞추고 있다.

브랜드를 지켜왔던 전통의 스포츠카들을 꾸준히 이어가면서도 여러 차량에 전동화 기술을 더할 뿐 아니라 브랜드 최초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선보이며 시장의 흐름과 기술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타이칸은 국내 시장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바로 인증된 공인 전비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기대한 것에 비해 너무나 빈약하고,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타이칸의 최고 사양, ‘타이칸 터보 S’를 마주했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타이칸 터보 S는 말 그대로 4도어 스포츠카의 감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실제 차량의 전장은 4,963mm로 상당히 길게 구성되었고 이어지는 전폭과 전고 역시 1,966mm와 1,378mm에 이른다. 여기에 휠베이스까지 2,900mm에 이른다.

참고로 거대한 듀얼 모터 시스템과 장거리 주행을 위한 대용량 배터리, 그리고 제법 거대한 체격 덕분에 차량의 공차중량은 2.4톤에 육박하는 ‘헤비급 포르쉐’라 할 수 있다.

919 하이브리드, 그리고 파나메라

포르쉐 타이칸 터보 S를 처음 보았을 때 머리 속을 채우는 두 개의 단어가 있었다. 하나는 포르쉐의 4도어 모델로 시장에서 꾸준한 실적을 이어오고 있는 ‘파나메라’였고, 또 하나는 포르쉐의 프로토타입 레이스카, ‘919 하이브리드’였다.

실제 타이칸 터보 S의 전체적인 실루엣과 그 구성 등에 있어서 파나메라와 굉장히 유사한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각종 디테일의 영역에서는 ‘919 하이브리드’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은 요소들이 굉장히 쉽게 만날 수 있다.

낮게 그려진 보닛 라인가 도톰하게 살을 더한 프론트 펜더의 실루엣은 영락 없는 포르쉐의 감성이다. 대신 더욱 둥글게, 그리고 순하게 다듬어진 프론트 엔드는 전기차의 특성을 드러낸다. 덕분에 ‘포르쉐다움’과 함께 미래의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타이칸 터보 S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바로 네 개의 유닛이 조합된 감성이 도드라지는 헤드라이트다. 헤드라이트 유닛은 어둠 속을 달려 체커를 받았던 919 하이브리드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트림’에 따른 바디킷의 차이가 크지 않은 점은 조금 심심하게 느껴졌다.

측면 디자인 역시 유려하게 그려진 루프 라인과 포르쉐 특유의 볼륨 등을 더해 깔끔하면서도 포르쉐 본연의 가치를 드러내는 4도어 모델의 감성을 선사한다. 여기에 타이칸 최고 사양답게 대담함이 돋보이는 휠과 거대한 브레이크 시스템이 더해져 ‘퍼포먼스’를 기대하게 만든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길게 이어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나 포르쉐 특유의 감성을 담은 레터링 등이 더해져 ‘포르쉐 본연의 가치’를 명확히 드러낸다. 여기에 어댑티브 리어 스포일러 역시 스포츠카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현재의 감성과 미래를 향한 시선

일반적으로 새로운 전기차가 등장할 때에는 ‘새로운 시대’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 요소를 과다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흐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포르쉐는 이러한 ‘과욕’을 부리지 않고 절묘한 조화를 이뤄냈다. 실제 타이칸 터보 S의 실내 공간은 현재의 포르쉐가 제시하는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기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각종 요소들이 우수한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게다가 실내 공간을 채우는 각종 소재나 소재의 연출, 색상 등의 조합 역시 지금의 기준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구성이라 내연기관 포르쉐 마니아들 역시 거부감 없이 ‘타이칸’에 오를 수 있다.

기능의 매력도 충분하다. 포르쉐 고유의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구성은 물론 5-서클 디지털 클러스터, 그리고 와이드 디스플레이 패널로 다양한 기능을 조절하는 등의 ‘구성’은 그 연출이 조금 더 미래적일 뿐 전통적인 포르쉐와 다름이 없다.

게다가 한글화의 완성도도 높을 뿐 아니라 센터페시아 하단의 디스플레이 패널 역시 조작성이 우수해 곧바로 기능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여전히 만족스러운 보스 사운드 시스템 또한 매력을 더한다.

전장이 길고 휠베이스도 넉넉한 만큼 공간의 가치는 상당하다. 실제 도어 안쪽에는 기본적인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여유롭다.

게다가 스포티한 감성으로 다듬어진 일체형 시트는 스포츠 드라이빙은 물론 일상의 편안함까지 모두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전기차 특성 상 배터리가 차체 하부에 있음에도 드라이빙 포지션이 낮은 점은 인상적이다.

2열 공간 역시 준수하다. 절대적으로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레그룸의 여유를 위해 플로어를 파낸 것이 인상적이며 개방감을 더하는 글래스 루프 덕분에 탑승자의 ‘감성적인 만족감’을 높인다. 등받이 시트가 서있는 편이지만 시트의 구성 등은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듀얼 모터 시스템과 거대한 배터리, 그리고 스포츠카의 DNA라고 한다면 무릇 적재 공간이 작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타이칸 터보 S의 트렁크 게이트를 들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 타이칸 4S는 생각보다 넉넉한 적재 공간을 갖췄고 공간 자체도 깔끔히 다듬어져 있다. 덕분에 다양산 상황에 사용하기 좋고, 2열 시트 역시 접을 수 있어 ‘공간 만족감’은 더욱 높아졌다.

퍼포먼스, 그리고 논란의 주행 거리

포르쉐 타이칸 터보 S가 대중들의 이목을 끄는 건 바로 압도적인 성능, 그리고 ‘논란’의 중심이 된 주행 거리 및 효율성에 있다.

실제 타이칸 터보 S는 전륜과 후륜에 강력한 전기 모터를 배치한 듀얼 모터 레이아웃을 갖췄고 고속 주행 성능을 위한 전용 2단 변속기를 조합해 강력한 주행 성능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단 2.8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며 260km/h의 최고 속도를 갖췄다.

다만 93.4kWh의 거대한 배터리를 장착했음에도 공인 복합 연비가 2.8km/kWh에 불과해 1회 충전 시 289km에 불과한 공인 주행 거리를 갖췄다.

뛰어난 완성도의 퍼포먼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도어를 열고 타이칸 터보 S의 시트에 몸을 맡기면 쾌적한 시야의 매력과 함께 내연기관 포르쉐 등에서 볼 수 있던 ‘익숙한 구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여느 전기차와 달리 한층 정교하게 다듬어진 ‘요소’들이 높은 만족감을 자아낸다.

이외에도 최신의 기술 요소들 역시 ‘미래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드러내 주행에 기대감을 더한다. 여기에 시동을 걸면 전기차다운 모습이다. 일반적인 포르쉐들과 달리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저 조용히 ‘주행의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앞선 설명처럼 제법 크고, 무거운 차량이지만 워낙 특출한 성능을 갖고 있어 주행의 거침이 없다. 피크 출력, 761마력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력할 뿐 아니라 ‘기본 출력’인 625마력 역시 여느 고성능 차량들과 비교를 해도 부족함이 없다.

덕분에 주행 내내 타이칸 터보 S의 길고 큼직한 차체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제 이러한 퍼포먼스는 이전의 미디어 시승에서 경험한 ‘트랙 위 타이칸 터보 S’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할 정도오 강렬했다.

게다가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대한 출력 전개의 이질감이나 괴리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라 ‘높은 완성도’를 누릴 수 있다. 덕분에 시승 내내 ‘차량을 다루는 즐거움’ 그 자체 역시 여느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참고로 타이칸에는 옵션 사양으로 E-스포츠 사운드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을 사용하면 정말 SF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독특하면서도 입체적인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오랜 시간 듣기에는 꽤나 부담스러운 사운드다.

타이칸 터보 S의 또 다른 매력은 ‘역시 포르쉐’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차량의 움직임에 있다.

특히 조향에 대한 반응은 물론이고 조향에 따라 움직이는 차체는 분명 기존의 911 보다 길지만 그 움직임의 속도에 있어 ‘민첩함’은 탁월하다.

이는 포르쉐의 엔지니어들의 노력의 결실이다. 실제 포르쉐 측은 타이칸의 주행 질감을 같은 4-도어 모델인 파나메라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911에 가깝게 다듬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게다가 911에 가까운 질감을 통해 스포츠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맹렬한 주행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어지간한 패밀리 세단보다 우수한 승차감을 과시한다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실제 파나메라는 고성능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편안한 주행이 가능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단순히 편안함 외에도 ‘노면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이 탁월하다. 게다가 2열 창문까지 이중접합 유리로 제작되어 소음 억제 능력이 탁월해 ‘주행 가치’를 한층 높인다.

덕분에 타이칸 터보 S는 스포티한 드라이빙은 물론 가족과의 여행, 장거리 출장 등 다양한 상황에서도 거부감 없이 누릴 수 있는 차량이라 생각되었다.

차량의 가치를 높이는 ‘실연비’ 그리고 주행거리

한편 시승을 하며 타이칸 터보 S에 대한 ‘의심의 꼬리표’, 즉 효율성에 대한 테스트를 했다. 먼저 진행한 것은 여느 때와 같은 자유로 주행이었다. 약 35분 동안 진행된 자유로 주행을 마친 후 트립 컴퓨터의 수치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타이칸 터보 S의 트립 컴퓨터에는 총 35분의 주행 거리와 함께 약 88km/h의 평균 속도로 51.1km의 거리를 달렸음이 기록되었다. 그와 함께 공인 전비의 정확히 두 배의 수치인 ‘5.6km/kWh’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통상 20~40% 가량 상승된 실연비를 보여주는 다른 전기차에 비해 그 차이가 상당히 커 되려 2.8km/kWh에 불과한 ‘공인 전비’의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실연비’를 조금 더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주행 테스트를 한 번 더 진행했다. 배터리를 모두 충전하고 50%를 소모할 때까지 꾸준히 달렸다. 그 결과 역시 인상적이었다.

배터리 50%를 사용해 총 277.2km를 달린 것이다. 즉, 배터리 절반으로 ‘공인 주행 거리’의 대부분을 소화한 것이다. 참고로 이를 조금 더 세밀하게 환산하면 타이칸 터보 S는 1kWh 당 약 5.9km를 달린 것이다.

좋은점: 뛰어난 완성도와 탁월한 주행 성능, 그리고 매력적인 효율성

아쉬운점: 절대적인 무게의 부담, 다소 좁은 2열 공간

탁월한 완성도로 시선을 끄는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포르쉐 타이칸 터보 S는 브랜드에게 있어 완전히 새로운 차량이다.

으레 처음인 경우 자잘한 실수,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지만 타이칸은 이러한 ‘시행착오’ 없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라 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디자인과 공간, 주행은 물론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효율성’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새로운 시대, 포르쉐는 여전히 시대의 아이콘으로 기억될 것 같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포르쉐 코리아

모클 김학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