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언론 자유”, 여당은 언론법 강행 처리 고수

입력
2021.08.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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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축사에서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며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기자협회는 숱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강제 해직된 동료들과 함께 독재 권력에 맞섰다”며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 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축사가 무색하게도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현업 4단체와 정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했다. "유례없는 언론자유 침해"라는 언론 단체와 학계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8월 국회 처리 입장을 고수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날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간 평행선은 계속됐다. 이를 남 일 보듯 언론 자유만 상찬한 문 대통령의 축사는 공허한 유체 이탈 화법에 다름없다.

민주당은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자 고위공직자·대기업 임원 등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외키로 하는 등의 수정안을 내놨으나 꼼수 소송의 길이 없는 게 아니다. 또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으로 인한 입증 책임 전환 문제는 여전하고 징벌적 손배제가 이중 처벌이란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부랴부랴 개정안 이곳저곳을 땜질식으로 손보는 것 자체가 충분히 숙고되지 않은 법안이라는 방증이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언론개혁특위를 설치해서 충분한 숙의를 통해 개혁을 추진하자고 제안하면서 “무엇이 그리 급해 이리 졸속으로 강행 처리하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정치에서 지지자를 동원하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 증오심을 통한 갈라치기다. 민주당이 언론 개혁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대선 정국에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용도로 언론 혐오를 부추기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민주당이 정말 언론 개혁에 관심이 있다면 정의당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