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골프장 운영권 부정하게 따내”… 감사원 등에 진정 접수

입력
2021.08.17 17:30
수탁업체 전직 임원, 8곳에 진정서 보내
공문서 위조·심사위원 포섭 등 내용 포함

경북 울진군 골프장인 마린CC를 11년간 관리·운영할 수탁업체가 공모 과정에서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평가위원 절반을 측근으로 채웠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감사원 등 8곳에 제출됐다.

수탁업체 A사의 전직 임원 B씨는 최근 법률대리인을 통해 울진군의 마린CC 운영업체 선정 과정에서 이뤄진 부정행위를 고발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했다고 17일 밝혔다. B씨는 또 울진 지역 국회의원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전찬걸 울진군수, 장선용 울진군의회 의장, 울진군 선거구 남용대·방유봉 경북도의원에게도 진정서를 보냈다.

B씨는 "A사가 골프장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운영책임자(지배인)의 이력을 부풀린 경력증명서를 제출했고, 심사위원 절반을 측근으로 심었다"며 "A사가 이 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선정된 후 청소용역업체에 지분과 운영권을 넘겨 수백억 원의 혈세로 지은 골프장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진정 이유를 밝혔다.

A사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4월 26일 울진군과 골프장 운영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이틀 후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전부 교체했다. 바뀐 이사진은 경북 포항시 소재 청소용역업체의 대표와 임원이었다. B씨도 이 과정에서 물러났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울진군은 해당 청소용역업체에 자격 미달을 통보했으나 이 업체는 여전히 마린CC를 운영하고 있다.

부적격 업체가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마린CC 내 클럽하우스와 골프텔 공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 A사는 당초 180억 원을 투자해 클럽하우스와 32실 규모 골프텔을 지어 기부채납하기로 하고 6월 말 착공을 울진군에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가을 예정된 임시 개장은 물론 내년 5월 정식 개장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B씨는 "울진군이 지금이라도 A사와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수백억 원의 혈세가 들어간 골프장에 엄청난 손실이 생길 것"이라며 "군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수사기관에도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진군 관계자는 "지난 12일 진정서를 접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골프장을 관리·감독하는 해당 부서에서 조사를 끝내면 절차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린CC는 울진군이 원전 지원금 710억 원을 투입해 매화면 오산리 산 26 일대 121만9,740㎡ 부지에 18홀 규모로 조성 중인 골프장이다. 울진군은 올 초 공모를 통해 A사를 관리업체로 선정하고, 한 차례 재계약할 수 있는 조건으로 11년간 골프장을 운영할 수 있는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울진=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