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학에 마음 복잡한 학부모들 "등교해도 불안, 안 해도 불안"

입력
2021.08.18 13:00
17일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21% 개학
학습 격차↑ 사회성 ↓... '전면등교' 주장 고개
각 가정서 방역 수칙 철저히 지켜야 하는 데다
과밀화 ·교사 백신 연기 '학교가 준비 안돼' 반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2년 차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17일,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의 약 20%가 2학기 개학을 맞았다. 교육부가 9일 발표한 지침에 따라 의무 등교 인원은 전보다 늘어난 상황.

학부모들은 "등교를 해도 불안하고, 안 해도 불안하다"는 양가적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갈팡질팡하면서도 전면(전학년) 등교 쪽으로 마음이 기운 학부모들은 ①'학원은 가면서 학교는 못 가는' 모순 ②자녀의 학습 능력·사회성 저하 ③불규칙한 생활 습관을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전면 등교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전면 등교를 하려면 모든 가정이 방역 수칙을 꼼꼼히 지켜야 하는 데다, 학교는 전면 등교를 위한 기본 준비조차 안 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전국 2만512개 유치원 초·중·고교 중 4,378곳(21.3%)이 2학기 학사 일정을 시작했다. 그중 3,941곳(90.1%)이 등교 수업을 실시했다.

하루 평균 학생 확진자는 12일부터 닷새 동안 136명으로 나타났다. 직전 일주일(5~11일)의 125.7명에 비해 다소 증가한 수치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고개 드는 '전면 등교' 주장

그럼에도 일일 확진자 수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아예 전면 등교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꽤 나왔다. 새 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도 유치원생, 초등학교 1·2학년생, 고3 학생은 무조건 등교하게 됐고, 비수도권 중 전면 등교 실시 지역도 생겼는데 그보다 등교 인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면 등교를 하지 않는 중학생 자녀를 둔 서울 마포구의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집에서 서포트(뒷받침) 가능한 아이들은 상관없겠지만 맞벌이 가정 아이들은 1년 반 동안 방치됐다"며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너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같은 커뮤니티의 다른 이용자들도 '학교만 안 갈 뿐 학원 등 다른 활동을 하면서 학력 격차가 더 심해질 것 같다', '중학교 2년간 친구 하나도 없이 학원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의 인생이 피폐해지는 것 같다'며 글에 공감했다.

6일 송파구 한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자녀의 사회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의견에 공감을 표하는 이용자들이 많았다.


전면 등교 실시 지역 중심으로 '등교 반대론'

같은 커뮤니티 내에서도 '전면 등교는 안 된다'는 반대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무엇보다도 마스크를 벗는 점심 시간에 대한 걱정이 컸다.

한 이용자는 "교육부의 방침을 보면 2단계까지는 (칸막이가 있는 경우) 급식실에서도 다닥다닥 붙어 앉게 한다"며 "아이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자가격리자 중에 추가 확진자도 나와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델타 변이는 더 잘 전염되고 중증이 많고 더 심각하다"며 "어린이·젊은이라고 해서 무증상 또는 가볍게 앓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의사들이 말한다"고 경각심을 강조했다.

2학기 전면 등교를 발표한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불안감을 표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전남 나주 지역 커뮤니티 이용자는 "학력 미달·교우관계 미흡 문제가 있더라도 아이들 건강이 우선"이라며 "전면 등교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아이가 호흡기가 약한데 밀접 접촉자로 분리되고 자가격리까지 되고 보니 피가 마르더라. 같은 반에 늘 마스크를 벗고 있는 친구도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면 등교를 하더라도 유예기간을 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충남 천안·아산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방학 동안 타 지역을 오간 사람들이 있었을 건데, 2주만이라도 시간을 가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어른들 대상으로 규제 강화해 학생들 학습권 보장해야"

전면 등교를 시행하려면 각 가정이, 특히 성인들이 방역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도 여럿 나왔다. 앞선 마포구 커뮤니티 이용자는 "아이가 (초등) 2학년이라 매일 등교했는데 발표할 때마다 친구들이 '주말에 어디 다녀온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송파구 커뮤니티 이용자는 "마스크를 안 쓰고 카페에 앉아 있는 학부모들이 너무 많다. 삼삼오오 식사하다가 다같이 코로나19에 걸린 분들도 주변에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학교는 전면 등교하고 회사는 재택하게 하는 등 성인들(에 대한 방역) 규제를 강화해 아이들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학원은 온·오프라인 선택 가능한데 학교는 발전 없어"

아직도 학교는 전면 등교 준비가 안 됐다는 문제 제기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제기됐다. '학급 과밀화 해소를 위해 과거처럼 오전·오후반을 나눠서 수업해야 한다'(서울 은평구), '학원은 학생에게 온·오프라인 수업 선택권을 주는데 학교 온라인 수업은 왜 발전이 없나'(송파구), '교사들 접종은 왜 미뤄졌나'(학습 정보 커뮤니티) 등의 지적이 나왔다.

마포구 커뮤니티 이용자는 "교육부는 학교 문을 여닫는 것을 정하는 것 외에 어떤 노력도 안 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는 "공산국가도 아니고 모든 것을 일괄적으로 정하는 것도 이상하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등교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