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총 561일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가석방된 것이다. 이번 가석방 결정을 두고 특혜 시비가 일었고, 법무부는 "경제상황을 고려했다" "사회감정을 고려했다"는 등의 부연설명을 하였다. 그 부연설명 내용을 점검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이러한 결정이 가능하게 된 가석방 제도 자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석방 제도는 형기가 만료되기 전에 수형자를 조건부로 석방시키는 제도이다. 단순히 형기를 단축시킨다는 것이 주요 목적이 아니라, 재사회화라는 목적을 고려하여 집행방식을 조건적으로 변형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인 범죄자의 경우 무기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20년 복역 이후에, 유기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형기의 3분의 1을 복역한 이후 가석방이 가능하다. 형기의 33%만 채워도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률에 비춰보면 60%가량을 복역한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된 것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과거 서기호 전 의원이 제출한 주요 비리 기업인의 형 집행률은 34~52% 수준에서 가석방 심사대상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감자는 형기의 80~89%를 복역하였을 때 가석방 심사대상이 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이재용 부회장만 봐줬다고 비판을 하지만 국가제도가 누군가만을 특히 봐줄 수 있도록 운영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가석방 심사 제도를 찬찬히 살펴보면 사실 고쳐야 할 점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가석방 결정은 1)가석방 심사 신청기관, 2) 가석방 심사기관, 3) 가석방 허가기관으로 이루어진 심사 단계를 거친다. 신청기관과 심사기관은 교도소이고, 교도소장이 형식적 요건은 물론 실질적 요건의 충족까지 모두 검토하게 되어있다. 교도소장에 의해 가석방 심사대상자로 선정되어야 가석방 심사위원회로 올라간다. 다시 말하면 교도소에서 알아서 가석방 대상자를 선정해서 올리면 심사가 진행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가석방 심사를 위한 신청권한이 수감자들에게는 없음을 의미한다. 수감자들은 스스로의 가석방 심사 대상 여부도 알 수 없기에 우리나라에는 가석방 심사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도 없다. 가석방 제도가 형기 단축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재사회화 목적을 갖고 운영되는 것이라면, 분명 수감자들이 가석방 심사대상이 되기 위해 동기 부여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제도 아닌가?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법에서 정한 대로 기간이 지난 누군가는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행정처분과 재량행위의 일탈과 남용이 있었다면 가석방이 불허된 수감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도 함께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가석방은 대상자의 모든 생활이 점수화되어 수감자가 직접 심사를 요청할 수 있고, 독일의 가석방은 수감자에게도 신청 권한이 있을뿐더러 오히려 출소하지 않으려는 수감자를 대상으로 직권으로 심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가석방은 법무부의 가석방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참 이상하지 않은가? 사법부가 범죄의 심각성, 재범 위험성 등을 모두 고려하여 형량을 선고하였는데, 이 선고량을 단축시켜주는 역할을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결정 과정이 모두 이들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가석방 심사기준은 통상 '행상의 양호 및 개전의 정이 현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자들은 여기서 '현저함'과 '개전'의 정도를 두고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것을 우려해왔다. 그러나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는 "경제상황"이라는 다른 수감자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특수한 내용까지 고려했다고 하니 가석방 제도 자체의 자의적 기준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 행형이 사법통제를 받지 않고 행정관청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법무부의 가석방은 "재량"이라는 방패로 스스로의 신뢰성을 잃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법무부의 가석방은 또 다른 누군가를 봐줄 수 있는 호혜적 도구가 아닌 수감자들의 위험성과 재사회화 동기를 제대로 평가하여 안전한 사회를 위해 작동하는 합리적 제도로 재탄생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