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붕괴’ 위기 日 긴급사태 7곳 추가... 기한도 9월 12일까지로 연기

입력
2021.08.17 20:00
감염 확산 잡히지 않는 일본
중증병상 포화상태 심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중증자 수가 연일 최대치로 늘어나자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 발령 지역을 확대하고 기간도 연장하기로 했다. 의료 붕괴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17일 오후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현재 도쿄 등 6개 광역지자체에 발령 중인 긴급사태선언을 이바라키·도치기·군마·시즈오카·교토·효고·후쿠오카 등 7곳을 추가하고 기한도 다음 달 12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가 적용되는 광역지자체도 10곳을 늘렸다.

지난달 23일 도쿄올림픽 개막 직후부터 시작된 일본의 5차 대유행은 이전 긴급사태선언 때와는 달리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매일 전국적으로 2만 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병상 압박도 심각해졌다. 후생노동성이 집계하는 전국 중증자 수는 이날 현재 1,646명으로 5일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병상 사용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현장에선 중증 환자가 경증 환자용 병상에서 치료받거나 더 이상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내각관방 집계에 따르면 오키나와는 중증병상 사용률 100%, 일반병상 사용률이 85%로 더는 입원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 몰렸고, 수도권인 도쿄도와 가나가와현의 중증병상 사용률은 각각 81%와 96%로 사실상 포화상태다. 총무성 소방청은 구급차를 부른 환자를 우송할 병원이 빨리 정해지지 않는 ‘구급반송곤란상황’이 9~15일 1주일 동안 전국에서 3,361건 있었다고 발표했다.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4월 이후 사상 최대치다.

이번에 긴급사태 선언이 추가 발령되는 도치기·군마·시즈오카현의 지사 3명은 전날 기자들에게 “의료 붕괴가 임박하고 있다. 의료 붕괴가 일어나면 구할 수 있는 생명도 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긴급사태선언 적용 지역 확대와 기간 연장만으로 감염 확산이 저지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1월과 4월 긴급사태 발령 시에는 2주 안에 감염자 수가 줄기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한 달이 넘게 지났어도 줄기는커녕 더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의료기관 등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오사카의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에선 89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해 17일부터 지하 1층 식품매장과 1층 액세서리 매장이 휴업에 들어갔고, 오키나와현의 한 병원에선 199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입원 환자 64명이 사망했다. 이에 긴급사태선언 확대·연장뿐 아니라 백화점 등 대형 상업시설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조치 같은 추가적 조치도 적용될 전망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