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이 '우리나라의 보수세력은 친일파'라는 취지의 자신의 광복절 기념사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밝혔다.
야권에서 김 회장의 기념사에 반발하며 청와대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엔 "군사독재시대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원고를 사전에 점검하고 수정 압력을 가하는 것은 독재정권 때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17일 YTN 라디오 프로그램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광복절 기념사가 나오기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
김 회장은 2019년 취임 이후 자신의 기념사 원고를 단 한 번도 정부에 넘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행정안전부 실무자들이 3분 기념사를 부탁하며 원고를 미리 전해 달라 했는제 제가 딱 거절했다"고 했다.
그는 "3분 동안 무슨 얘기를 하나. 그리고 광복회장 기념사를 누가 감히 수정하나"며 "광복회장의 원고를 청와대에 (미리 전달) 하는 건 안 된다는 걸 지금까지 관철시키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올해 기념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전 녹화했지만, 그럼에도 수정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저보고 고쳐 달라고 그랬다면 다시 녹화해야 했는데 (원고) 그대로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있었고 그와 소통했다'는 말에 대해서는 "전혀 터무니없는 말이고 그 전에 소통한 것도 없었다"고 잘랐다. 현장에서 행정안전부 담당자와만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기념사로 인해 대통령 책임론까지 거론하는 야권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그걸(원고를) 사전에 점검하고 압력을 가해서 고치라는 건 독재정권 시대나 있었을 일"이라며 "'청와대에서 그걸 왜 (허용)하느냐' 그 (주장) 자체가 후진 낡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15일 방영된 광복절 기념사에서 친일 세력의 청산을 주장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정부를 친일 정권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고(故)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도 부각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막무가내 기념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매년 반복되는 김 회장의 망언을 방치해 국민 분열을 방조한 대통령도 근본 책임이 있다. 광복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도 김 회장과 그의 기념사를 내보낸 청와대를 겨냥한 논평을 각각 내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궤변과 증오로 가득 찬 김 회장의 기념사 내용이 정부 측과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 하니, 이 정부가 광복절을 기념해 말하고 싶은 진심이 무엇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 측은 "문 대통령은 해당 표현을 걸러내지 않은 정부 담당자와 김 회장을 즉각 징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김 회장의 발언이 문 대통령의 뜻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이날 인터뷰에서 야권의 반발에 대해 오히려 "가짜 보수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보수의 핵심적 가치는 민족주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친일·반민족 세력들이 몇십 년 동안 보수로 위장해 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한국 전쟁의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것에 조금 회의적"이라며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