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점령 후 복장 달라졌다?... CNN 특파원의 특별한 해명

입력
2021.08.17 16:00
CNN 카불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
탈레반의 수도 카불 점령 후 복장 달라져
누리꾼들 "위험해 보여", "범죄 타깃 될 것" 우려
워드 직접 나서 "이전에도 스카프는 썼다" 해명
"탈레반 우호적으로 보인다" 워드 보도 멘트 논란

"저는 탈레반 점령 전에도 카불 거리에서 항상 스카프를 썼습니다"

클라리사 워드 CNN 특파원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사진에 대해 해명했다.

15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가운데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워드의 옷차림을 비교한 사진이 널리 공유됐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기 전 방송에서 워드는 머리카락과 얼굴을 드러냈지만 15일 이후에는 스카프로 온몸을 가렸기 때문이다.

다수의 트위터 이용자는 워드의 복장 변화가 탈레반의 반(反)인권적 통치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여성에게 특히 더 가혹하고 억압적인 탈레반의 통치가 워드의 복장을 통해 드러났다는 것이다. "달라진 두 화면에 대해 얘기해보자"고 방송 화면을 비교한 트윗은 1,700여 회 넘게 리트윗됐다.


국내 커뮤니티 등지에도 워드의 복장 변화가 화제를 모았다.

"하루 만에 바뀌어버린 아프간 CNN 여성 특파원 복장"이라는 제목의 한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워드의 신변을 걱정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탈레반이 몸을 가리라고) 강요하지 않았어도 무서워서 했을 것 같다", "탈레반은 이교도 여성에게 범죄를 저질러도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몸을 가리지 않으면 바로 범죄 타깃이 될 것", "아무리 사명감 때문이라지만 빨리 철수하는 게 좋겠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워드는 트위터에 의복 변화는 탈레반 때문이 아니라며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사진에 오류가 있다"면서 "위의 사진은 사유지에 있는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후 거리에 있는 모습이다. 물론 지금처럼 머리카락을 완전히 가리거나 아바야(몸, 팔, 다리를 모두 덮는 긴 망토 스타일의 의상)를 입지는 않았지만 탈레반 점령 전에도 스카프를 항상 했었다"며 크게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에 우호적 보도" vs."어떤 국가 꾸려질지 알려주는 보도" 논쟁 오가

한편 해외 누리꾼들과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워드의 보도에 대한 논쟁이 오갔다. 워드가 탈레반의 목소리를 우호적으로 전한다는 이유에서다.

워드는 CNN 보도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충분히 지배했다"며 "그들은 떠나야 한다. 이미 많은 목숨과 돈을 잃었다"고 군인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러면서 "탈레반 군인들은 계속해서 미국을 향해 '죽음'을 외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우호적으로 보인다. 매우 기이한 광경"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트위터에서는 "탈레반이 우호적으로 보인다"는 워드의 멘트가 논란이 됐다.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미국의 적 중에 CNN이 응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라며 워드의 보도가 탈레반에 우호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CNN은 "워드는 힘든 시기에 (크루즈처럼) 칸쿤으로 도망가기보다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목숨 걸고 보도한다"며 "그게 바로 용기"라고 썼다. 그러면서 "음모론을 공유하는 대신 위험에 처한 미국인을 돕는 게 시간이 덜 아까울 것"이라며 크루즈를 비판했다.

해외 누리꾼들도 워드의 행보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해외 트위터 이용자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와라. 좋은 보도는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보도다. 당신은 지금 뭘 전하려는 것인가"(b**************), "워드는 테러리스트들을 칭찬하기 위해 아프간에 있다"(s**************)며 워드가 탈레반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애쓴다고 비판했다.

한편 다른 누리꾼들은 "워드는 탈레반이 꾸릴 정부 형태, 수백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운명, 국가의 미래에 대해 전해줄 것. 그의 보도는 매우 중요하다"(w*********),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도하면서 거리의 탈레반 리더들을 취재하고 그들에게 여성에 대한 탈레반의 억압을 비판하는 워드가 그 어떤 비평가들보다도 훨씬 용감하다"(r*************)고 썼다.

홍승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