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사흘 연휴 마지막 날인 16일에도 서울 도심에선 국민혁명당 등 보수 단체의 시위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통제가 계속됐다. 앞선 이틀에 비해선 집회 참여 인원이 대폭 줄었지만, 종로와 광화문 일대 유동인구 또한 크게 감소하면서 인근 상인들이 타격을 입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최대 53개 부대와 버스 159대를 투입해 도심 집회 봉쇄에 나섰다. 전날 186개 부대를 투입한 것에 비하면 인력이 크게 줄었다. 인도를 에워쌌던 펜스도 상당수 제거됐다. 특히 국민혁명당이 기자회견을 예고한 동화면세점 근처는 전날까지만 해도 차벽과 인도 사이로 걷거나 우회해야 했지만 이날은 인도를 개방해 통행에 큰 지장이 없었다. 검문소 역시 광화문과 시청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23개소에만 설치됐다.
광화문 일대 역시 전날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차량 이용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택시기사 안모(62)씨는 "경찰 버스가 세워져 있어 하차 지점을 지나 세워야 할 때가 많아 손님도 우리도 불편하다"며 "차벽에 가려 손님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고 차도 많이 밀린다"고 토로했다.
최모(41)씨는 광화문 인근 카페 앞에 주차하려다 차벽에 막혀 포기했다. 최씨는 "휴일을 맞아 외출했는데 주차는커녕 카페 진입도 쉽지 않았다"며 "왜 집회를 해서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카페 앞에선 한때 보수 성향 유튜버들을 제지하느라 경찰이 벽을 세워 길이 막히기도 했다.
자영업자는 울상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여파에 집회가 겹치면서 연휴 특수는커녕 손님이 급감한 탓이다. 광화문 인근 카페 직원 김모(33)씨는 "휴일엔 가족 단위나 커플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데 집회 때문에 14일부터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경찰이 통행을 통제하다 보니 유동인구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카페 손님 대부분은 경찰관이었다.
종로구 탑골공원 부근 상인들은 보수 단체들의 '4·15 부정선거 시위'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송해길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전모(84)씨는 "코로나19 확산에 휴가철이 겹쳐 오가는 사람도 없는데 집회까지 하니 손님이 더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송해길 초입에 있는 귀금속 매장은 전날까지 통행조차 어려웠다. 직원 정모(43)씨는 "시위대 때문에 오도 가도 못 하는데 누가 이 동네에 오겠냐"며 "가게 바로 앞에서 시위가 진행돼 타격이 크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이날부터 펜스와 차벽을 순차적으로 제거해 조만간 통행을 정상화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행안내팀을 배치해 집회와 무관한 시민들은 통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했지만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낀 건 사실"이라며 "17일부터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