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25곳을 컨설팅한 금융당국이 "신고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자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거래소 신고 기한(9월 24일)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합법적인 가상화폐 거래소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말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에 따라 가상화폐 사업자를 현장 컨설팅한 결과, 대상 업체들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이행 준비 상황이 전반적으로 미흡했다고 16일 밝혔다.
컨설팅은 6월 15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진행됐으며,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했거나 심사 중인 업체 33곳 중 현장 컨설팅을 신청한 25개사가 대상이었다.
거래소 신고를 위한 요건 중 관건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보다. 금융위 측은 "ISMS 인증은 대부분 받았지만, 실명계좌 제휴는 4개사(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서만 운영 중"이라며 "그 4개사도 은행들이 내부 통제 위험이나 상품 자체 위험성 등을 다시 평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신고 기한을 한 달여 앞둔 현재까지도 확실히 모든 신고 요건을 충족한 업체는 사실상 아예 없다는 뜻이다.
거래소 신고 직후부터 업체가 이행해야 하는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부족한 점도 지적됐다. 자체 내규를 갖춘 곳은 많았지만 대체로 전담 인력이 없거나 부족했다. 위험성을 관리하는 체계도 미흡한 수준이었다. 금융위는 "컨설팅에서 드러난 미비점은 사업자에게 전달했다"며 "추후 사업자가 컨설팅을 받은 대로 신고 접수할 경우 신속히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고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일부 거래소의 미흡한 내부 통제 수준도 금융위 컨설팅 대상이 됐다. 가상화폐 상장이나 폐지 기준이 따로 없거나 비공개인 곳이 많았고, 시세 조종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사기 행위를 적발하는 시스템도 미비했다.
고객 및 회사 소유를 구분하지 않고 예치금·가상자산을 혼합 관리하는 사례도 발견됐으며, 거래소 이용자 수나 거래량이 갑자기 증가할 경우에 대비한 운영 인력과 내부 접근 통제 등이 부족한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업계의 취약성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화폐 사업자는 증권시장과 비교하자면 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시장감시, 증권사로 분화돼 있는 기능을 혼자 다 수행하는 곳"이라며 "공정성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자산거래 시장으로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컨설팅 결과가 '마지막 퍼즐'인 은행과의 실명계좌 제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던 거래소들은 앞이 깜깜해졌다. 금융위가 시스템과 문제점을 다수 지적하면서 은행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아직 가상화폐 거래소에 계약 연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타진한 은행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에 거래소 신고 기한을 6개월 더 늘리는 내용의 법안이 상정돼 있지만, 금융위는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위 측은 "내달 25일 이후 미신고 가상화폐 거래소의 갑작스러운 폐업 및 횡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신고 수리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