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코로나' 현실화... 단체휴가 마친 사업장 집단감염 속출

입력
2021.08.16 20:00
제조업체 직원들 7말8초 후 사업장 복귀
지자체마다 진단검사 강화·치료센터 확보
확산세 이어지고 개학까지 다가와 '비상'

‘바캉스 코로나'가 심상치 않다.

경북 포항과 경주 지역업체를 중심으로 '7말8초'(7월 말 8월 초) 여름휴가를 마친 뒤 직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방역당국은 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진단 검사를 강화하고, 생활치료센터를 추가 개설하고 있지만,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16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하루평균 20명 안팎이던 신규 확진자는 이달 들어 급증해 지난 13일 82명(해외 5명 포함)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최근 2주간 하루 평균 55.3명이던 국내 발생 확진자도 최근 1주 동안에는 66.2명으로 뛰었다. 종교시설과 유흥업소, 체육시설, 학원, 사업장발 집단감염이 잇따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휴가를 마친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포항철강공단 2개 사업장 관련 신규 확진자는 15일 15명, 16일 8명 등 46명으로 늘었다. 경주시 강동면 철강업체에서도 전체 직원 33명 중 21명이 확진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7월 말과 8월 초 사이에 집단 휴가를 하는 사업장이 많은데, 여름휴가가 끝난 직후부터 사업장 내 신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방역당국의 이동 자제 호소에도 최근 이동량은 1월과 비교해 30%가량 많아졌다"고 밝혔다.

휴가나 주말 모임을 통한 사업장 집단감염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12명이 쏟아진 충남 서산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의 경우 확진자 가운데 3명이 주말에 수도권 확진자와 모임을 가졌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에선 휴가를 떠난 사업장에서 청소하던 업체 직원 등 60명이 무더기로 감염됐다. 지난 5일 첫 확진자 발생 후 14일까지 직원 39명 등 60명이 감염됐다.

대구에선 휴가철을 맞아 지인들끼리 유흥업소에서 모임을 하다가 확진되는 사례가 잇따라 지난 5월 말 유흥주점발 집단감염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당분간 휴가로 인한 집단감염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16일 현재 146병상 규모의 생활치료센터 한 곳을 운영 중인 경북도는 안동시 임동면 경북소방학교에 150병상, 문경시 STX리조트에 350병상을 추가로 확보해 총 646병상 규모의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대구시도 동구 중앙교육연수원에 이어 지난 11일부터 경주시 현대차연수원에 생활치료센터를 추가로 개설했다.

포항시는 광복절 연휴기간에 집에 머무르기 캠페인을 돌입한 데 이어 24시간 비상상황반을 가동하며 기업체에 야식·집단 목욕·샤워 금지, 시장 내 단체모임 자제 등을 촉구했다. 지난달 9일부터 포항역에 임시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무료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경주시는 대중목욕탕과 헬스장 집합금지 등을 포함한 ‘코로나19 특별방역주간’을 22일까지 연장했다. 영천시는 휴가 복귀 전에 진단 검사를 받도록 하는 ‘안전사업장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 휴가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17일부터 개학이 본격화하면 확진자가 더욱 늘 수 있어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구= 정광진 기자
부산= 권경훈 기자
서산= 이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