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부동산 자산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노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고령자 가구는 계층 간 부동산 자산 격차가 유독 심한데다 미래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워 자력으로는 주거 상향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4일 민간 연구기관 LAB2050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다른 세대보다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3월 기준 전체 가구는 부동산 자산 상위 10%가 자산의 48.15%를 소유했지만, 고령자 가구는 상위 10%가 55.7%를 가졌다.
이는 최근의 집값 급등세와 무관치 않다. 은퇴 이후 마땅한 소득원이 없고 금융권 대출 이용이 어려운 노인 세대 특성상 부동산 가격 상승기엔 자산 불평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가 보유에 실패한 고령자 가구는 '렌트푸어'로 내몰릴 처지다. 국토교통부의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 고령자 가구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32.4%로 '주거비 과부담 가구'에 해당한다. RIR가 30%가 넘으면 주거비 과부담 가구로 분류되는데, 일반가구의 RIR는 16.6%다.
노인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고령자 가구의 평균 무주택기간은 2017년 23.1년에서 지난해 23.8년으로 늘었다. 반면 다른 주거 취약계층의 무주택기간은 소폭 줄었다.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도 고령자 가구(9.7배)가 소득 하위가구(8.3배)를 포함한 다른 가구들보다 높다.
정부도 고령자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노인 대상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국토부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르면 2018년부터 8년간 전국에 고령자 전용 공공임대주택(건설형·매입형·임차형) 8만 가구가 공급된다.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자 복지주택 1만 가구가 포함된 물량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공급이 적고 입주 자격도 제한돼 정책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2018년부터 5년간 공적임대 92만6,000가구 중 고령자 몫은 5만1,000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일반 저소득가정(39만8,000가구) △신혼부부(25만2,000가구) △청년(22만5,000가구) 몫이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이사장은 "연평균 1만 가구 공급은 시장이 체감하기 미미한 수준"이라며 "젊은이를 위한 신혼희망타운, 역세권 청년주택처럼 노인을 위한 물량도 확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주거학회장인 권오정 건국대 건축대학 교수는 "저소득을 면했어도 자립이 어려운 독거노인 등이 많기 때문에 정책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활용능력이 부족한 고령자를 위해 정책 안내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주거기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주거복지센터를 설치할 수 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니라 현재는 전국에 45곳이 전부다. 절반이 넘는 26개가 서울에 있고 대전, 울산, 세종, 전남, 경북, 경남 등 6개 시도에는 지자체 운영 센터가 없다. 권오정 교수는 "정책 설계를 넘어 노인들을 위한 '찾아가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주거복지센터 설치와 주거복지사 현장 배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