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손에 넣고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지도부의 면면도 주목받고 있다.
먼저 '신자들의 리더'라 불리는 탈레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으로, 정치·종교·군사 결정권을 갖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쿤드자다는 2016년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전까진 파키스탄 남서부의 한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15년간 이슬람 교리를 가르치고 설교했다.
아쿤드자다는 나이 등 개인 정보와 행방이 묘연해 은둔형으로 꼽힌다. 외신은 그를 60세 전후로 추정하고 있으며, 15일(현지시간) 카불 진입 당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좀처럼 행적이 드러나지 않는 탓에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탈레반은 강력 부인했다.
은둔의 리더 대신 탈레반을 대표하는 2인자는 정치·외교 전략 수립의 달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다. 작년 9월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에도 바라다르가 대표로 나섰고, 지난달엔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기도 했다. 카불에 들어선 뒤엔 TV 공개 연설을 통해 "탈레반이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라다르를 탈레반 전략의 핵심으로 평가하며 "20년 전쟁의 승리자로 떠올랐다"고 논평했다.
군사적 중심으로는 탈레반 설립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 물라 무하마드 야쿠브와 탈레반 연계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끄는 시라주딘 하카니가 꼽힌다. 3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야쿠브는 탈레반의 군사작전을 총괄하고 있으며, 한때 탈레반 최고 지도자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어린 나이로 인해 집권이 무산됐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1980년대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무장단체로, 1990년대부터 탈레반과 손잡고 테러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2008년 당시 대통령이던 하미드 카르자이 암살을 시도했고, 2017년 5월 카불에서 150명 넘게 사망하고 400명 이상 다친 트럭 테러를 벌였다. 하카니는 탈레반의 군수물자 조달이나 재정 확보 등을 담당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