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내일부터… "실기동 훈련 없다" 강조한 합참, 北 도발 우려했나

입력
2021.08.15 18:00

한미 군 당국이 16일부터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한다. 규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등으로 예년에 비해 축소됐던 올 3월 전반기 훈련보다 더 줄었다. 일찌감치 한미훈련을 “배신적 처사”로 규정하며 복원된 남북 통신선을 2주 만에 다시 끊은 북한의 도발 수위가 주목된다. 군 당국은 드물게 “실병 기동 훈련은 없다”고 강조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한미 동맹은 코로나19 상황, 연합방위태세 유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 여건을 종합 고려해 ‘21년도 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을 16일부터 9일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훈련은 휴일을 제외하고 26일까지 진행된다. 합참은 이어 “이번 훈련은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 훈련으로 필수 인원만 참가해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훈련 규모가 축소되면서 예상대로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2단계 과정(총 3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사실상 불발됐다. 합참 측은 “전작권 전환의 진전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 일부가 FOC 조건하에 시행될 것”이라고만 했다.

관건은 북한의 도발 여부다. 앞서 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실시한 10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튿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도 “남조선이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협박하는 등 도발을 염두에 둔 듯한 강경 언사를 쏟아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훈련 기간 혹은 종료 뒤 단거리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합참은 이날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문에 “이번 훈련에는 실기동 훈련이 없다”고 명시했다. 2019년 대규모 병력이 움직이는 독수리훈련(FE)이 폐지되기 전까지 실기동 훈련은 3월 전반기 훈련에만 실시했다. 보수정권 집권기에도 8월 후반기 훈련에선 시뮬레이션 훈련만 했는데 새삼스럽게 기동 훈련 미실시 사실을 공표한 것이다.

북한은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한미훈련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한미훈련은) 조선반도의 정세를 보다 위태롭게 만드는 위험천만한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떠들어 온 평화와 신뢰가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맹비난했다.

정승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