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현역 국회의원 시절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벤츠 승용차를 장기간 제공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대표 측은 9개월 동안 김씨 차량을 이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투자금 회수를 위한 담보 성격이란 입장이다. 경찰은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김 전 대표에게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가짜 수산업자' 김씨는 지난해 4월 초 경북 포항을 찾은 김무성 전 대표 일행에 ‘벤츠S560’ 차량을 쓰라고 넘겨줬다. 김 전 대표는 해당 차량을 장거리 이동 때 사용했으며, 별도 이용료는 지급하지 않았다.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해 5월 29일까지 현직 국회의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한 공직자 신분으로 두 달간 차량을 제공받은 셈이다. 해당 차량은 벤츠의 최고가 세단으로, 하루 렌트비가 50만 원 선에 달한다.
김 전 대표는 김씨에게 차량을 돌려주기 위해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27일 "올해가 가기 전에 차를 보내겠다. 몇 번 타지 않았지만 잘 탔다"고 문자를 보내자, 김씨는 "기사 연락처를 주면 직원이 직접 연락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해당 기록은 김씨 휴대폰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1회 100만 원 또는 연간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대가성이 확인되면 금액과 상관없이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은 김씨가 현역 의원 시절 김 전 대표에게 차량을 제공한 만큼, 청탁금지법 적용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김씨에게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을 제공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한국일보는 김 전 대표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대신 12일 친형이 입장을 전해왔다. 그는 “김 전 대표 등과 함께 지난해 4월 초 김씨를 만나러 포항에 갔다가 차를 받아 왔다. 담보조로 가지고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내가 보관했고, 김 전 대표가 지방에 갈 때 두어 번 쓴 적이 있다”고 알려왔다.
김 전 대표가 직접 차를 반납한 데 대해선 “내가 김 전 대표 측근을 통해서 김씨를 알게 돼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껴 그리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차량 사용료 지급 여부와 관련해선 “내가 받을 돈이 많아서, 돈을 줄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무성 전 대표의 친형은 '가짜 수산업자' 김씨에게 86억여 원을 투자한 최대 사기 피해자다.
김씨는 3월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 직전 경찰 면담에서 김 전 대표에게 차량 등을 제공한 사실을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후 청탁금지법 위반 수사를 본격화하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김씨는 옥중에서 김 전 대표를 비롯해 평소 선물을 제공했던 인사들에게 ‘상황이 어렵지만 꿋꿋하게 잘 지내고 있다. 버틸 수 있게 힘을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현재 투자금 중 상당액을 돌려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대표 친형은 “내가 사정사정해 여러 번에 나눠 4억8,000만 원을 계좌로 돌려받은 게 전부”라며 “피해구제라고 할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가짜 수산업자 김씨가 투자금이 입금되는 족족 포항의 한 수협 지점에서 현금으로 인출했다. 단기간에 그 많은 현금을 출금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FIU는 1,000만 원 이상 모든 금융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이상 거래가 의심되면 관계기관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