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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축사를 통해 일본과 북한에 대화의 손짓을 보냈다. 일본에는 "양국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며 이웃 나라다운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고, 북한에는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임기 말까지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한일 및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드러낸 셈이지만, 문 대통령의 개선 의지만은 분명히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우리 선조들은 일본인들에 대한 복수 대신 포용을 선택했다"며 "식민지 민족의 피해의식을 뛰어넘는 참으로 담대하고 포용적인 역사의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코로나와 기후위기 등 세계가 직면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의 구축을 강조한 한편, 일본의 태도 변화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분업과 협력을 통한 경제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양국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2019년 7월부터 시행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 해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과거·미래 분리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북한에는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하게 제도화하는 것이야말로 남과 북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된다"며 "화해와 협력의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면, (분단이라는) 강고한 장벽은 마침내 허물어지고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새로운 희망과 번영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5년의 분단을 끝내고 통일을 이룬 '독일 모델'을 들어 '한반도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교류·협력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간 참여를 촉구해온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재차 언급했을 뿐이다. 임기가 9개월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데다 북한이 최근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도발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현재 최대 과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향후 '존경받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어느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며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6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이사회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된 것을 소개하고 "새로운 꿈을 가질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롭고 품격 있는 선진국' '국제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는 나라' '존경받는 선진국'을 언급했다.
그 과정에서 포용과 관용, 상생·협력의 정신을 강조하고 △백신 허브국가로의 도약 △반도체·배터리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 역할 확대 △기후위기 대응 기여 등을 과제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꿈'을 20차례, '선진국'을 9차례 언급했다. 대한민국의 '꿈'을 강조한 배경에는 임기 마지막 광복절 축사에서 보다 미래지향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